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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는 해양수산부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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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0 14:23:46 수정 : 2025-06-10 14: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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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 섬마을에서 태어나 항구 도시 부산을 정치적 고향으로 삼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바다에 관심이 많았다. 1993년 그가 대통령에 취임했을 당시 바다에 관한 행정 업무는 수산청과 해운항만청 등에 흩어져 있었다. 해상 치안은 경찰청 산하 해양경찰청이 담당했다. YS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에 따라 1996년 8월 해양수산부 신설이 이뤄졌다. 수산청 및 해운항만청이 통합됐고 해양경찰청은 경찰청에서 분리돼 독립 외청(外廳)으로 거듭난 뒤 해수부 산하로 옮겨갔다. 오늘날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해수부의 부처 서열은 맨 끝에서 두 번째, 중소벤처기업부(2017년 신설) 바로 앞이다.

 

현재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해양수산부 청사.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항구 도시 부산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YS의 오랜 라이벌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998년 2월25일 취임을 앞두고 정부조직 개편을 구상했다. 당시는 국제통화기금(IMF) 개입을 초래한 외환 위기 국면이었다. 나라 살림이 극도로 어려운 가운데 씀씀이를 줄이려면 몇몇 부처 통폐합이 불가피했다. DJ의 측근들이 해수부 폐지를 검토한다는 소문이 나돌자 아직은 현직 대통령인 YS가 격분했다. 정권교체가 임박한 1998년 2월3일 YS는 당선인 신분의 DJ와 청와대에서 만나 해수부 폐지 재고(再顧)를 강력히 요청했다. DJ는 이를 받아들여 폐지안을 백지화했다. 실은 ‘해수부 폐지’ 얘기가 나오면서 부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를 받은 DJ가 정무적 판단을 내린 결과였다.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작은 정부’에 집착했다. MB 당선 이후 관가에는 ‘여성가족부, 통일부 등이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여가부는 보건복지부와, 통일부는 외교부와 각각 통합한다는 것이다. 해수부 또한 폐지 대상 1순위로 거론됐다. 실제로 MB는 해수부를 기존의 건설교통부와 합쳐 국토해양부를 만들었다. 해수부가 맡고 있던 수산 관련 업무는 농림수산식품부로 넘어갔다. 2013년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며 해수부가 부활했으나 직원들이 겪은 트라우마는 컸다. 오늘날 해수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부처 연혁을 살펴보면 크게 ‘2012년 이전’과 ‘2013년 이후’ 둘로 나눠져 있다. MB정부의 해수부 폐지에 따른 충격과 상실감의 발로(發露)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주호 국무총리 직무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해수부를 빠르게 부산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한 것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현재 해수부 청사가 있는 세종시는 “충분한 검토 없이 내려진 지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인천시는 “해수부 부산 이전은 지역 균형 발전 효과보다는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며 불만이다. 같은 항구 도시로서, 또 서울에 이은 대한민국 제2위 도시 자리를 노리는 입장에서 부산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오직 부산시만이 “(새 청사) 부지나 직원들을 위한 행정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반기고 나섰다. 서울에서 세종으로, 다시 부산으로 옮겨야 할 처지가 된 해수부 직원들의 심경은 어떨지 궁금하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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