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 등 4개 재판 영향 불가피
與 “재판중지법 12일 본회의 상정”
野 “사법부 독립 꺾은 결정” 반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9일 무기한 연기되면서 사실상 대통령 임기 동안 중단됐다. 재판부가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범위에 ‘진행 중인 형사재판’도 포함된다는 판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다른 4개 사건 재판부 역시 통일된 해석을 내놓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이날 18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기일을 변경하고 ‘추후지정’했다. 기일 추후지정(추정)이란 기일을 변경, 연기 또는 속행하면서 다음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서울고법은 이번 결정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추의 개념에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이 포함되는지를 두고 명확한 규정이나 선례가 없어 그간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날 법원이 재판도 불소추특권에 포함된다고 판단하면서 이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에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사건 이외에도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등 총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파기환송심 기일 연기에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형사소송법 개정은 예정대로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재판중지법’을 12일에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결정과) 관계없이 12일에 통과시키자고 박찬대 원내대표 등과 오전에 회의를 했다”고 전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원이 ‘재판이 중단된다’는 명확한 해석을 하는 게 필요하다”며 “개별 재판부의 의견으로 정리되면 헌법 정신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될 수밖에 없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우리는 지금 대통령이 된 순간 죄가 정지되는 제왕적 불소추특권 국가로 가는 길목에 섰다”며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입법·정치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 임기 초반 권력이 무섭다는 이유로 판사가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포기한 셈”이라며 “권력의 바람 앞에 미리 알아서 누워버린 서울고법 판사의 판단은 두고두고 사법부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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