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으로 재산을 무상으로 증여하는 행위를 유증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유언(유증)과 비슷한 개념으로 사인증여가 있습니다. 사인증여란 유언자(증여자)가 살아생전에 상대방(수증자)과 증여를 약속하되 그 약속의 효력은 증여자가 숨졌을 때 발생토록 하는 것입니다(민법 제562조).
유증이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수증자에게 재산을 주는 ‘단독행위’인 반면 사인증여는 증여 ‘계약’의 일종이기 때문에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단독행위인 유증과 구별됩니다(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0다66430, 66447 판결 등 참조).
한편 지난 칼럼에서 설명해 드린 대로 민법은 유언의 방식으로 5가지(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를 두고 있고, 각각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망인이 단독행위로 유증을 하였으나 법이 정한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다면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인정하려면 사인증여가 계약이므로 “증여자와 수증사 사이에 청약과 승낙에 의한 의사합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 인정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2023. 9. 27. 선고 2022다302237 사건).
○사실관계
-망인의 차남(원고)이 망인이 사망하기 전 유언하는 모습을 촬영
-망인은 이 영상에서 망인이 소유한 각 부동산을 원고(차남)와 공동 피고인 장남에게 일부씩 분배하는 취지로 말하였음
-차남인 원고는 사인증여를 원인으로 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
○원심의 판단
녹음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인 대신 원고에 대한 사인증여로서 효력이 있다고 판단
◎대법원의 판단
“망인이 여러 자녀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내용의 유언을 하였으나 민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유언의 효력이 부정되는 경우 유언을 하는 자리에 동석하였던 일부 자녀와 사이에서만 ‘청약’과 ‘승낙’이 있다고 봐 사인증여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자기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모두 배분하고자 하는 망인 의사에 부합하지 않고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나머지 상속인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하였음
◉이경진 변호사의 Tip
‧증여와 사인증여의 법적 차이(단독행위 VS 계약)에 비추어 볼 때 사인증여의 효력을 부정한 대법원의 결론에 찬성합니다.
‧위 사건에서 원심과 대법원이 사인증여가 있었는지에 대해 정반대의 판단을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사인증여와 유증을 판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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