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출’ 47조…빚 탕감 속도 붙나
이재명 정부 출범에 맞춰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채무 소각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기간 재정 투입 등을 통해 ‘코로나 대출’ 탕감·조정에 나서겠다고 공약한 데 따른 것이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중 코로나19 사태 피해를 감안해 오는 9월 말까지 만기가 연장된 금액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약 47조4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처를 적용해 왔다. 만기는 6개월 단위로 4차례 연장됐고 2022년 9월에는 최장 3년 유예됐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기관에 진 빚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개인사업자는 15만5060명으로 1년 전보다 35% 급증했고, 특히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 수는 2만795명에서 3만1689명으로 52.4%나 증가했다.
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총 5조375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말(3조7586억원) 대비 1조6172억원(43%) 불어났다. 무수익여신은 3개월(90일) 이상 연체된 대출과 법정관리, 부도 등으로 이자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대출을 합한 수치로 이른바 ‘깡통 대출’로 불린다.
금융위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코로나19 대출 탕감·조정 방안을 구체화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채무 소각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배드뱅크는 자영업자의 부실 자산을 인수·정리하는 전문 기관으로, 운용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구조가 통상적이다. 배드뱅크는 일반 장기 소액 연체채권 소각을 목적으로 하되,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채권 소각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부양 기대감에 한국 성장전망 다시 높이는 해외 IB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새 정부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경기부양책과 미·중 무역갈등 완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16일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기존 0.7%에서 1.1%로 높이면서 “미국의 관세 리스크 완화, 미국과 중국의 성장 전망 상향, 한국의 재정 부양 가능성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1차 추경에 이어 2차 추경이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1% 규모로 이뤄질 경우 올해 성장률을 0.3%포인트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또 중국 수출이 5% 회복될 경우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약 1.6% 증가해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봤다.
바클리는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1.0%로, 내년은 1.4%에서 1.7%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도 지난달 22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1.1%로, 내년은 1.4%에서 1.5%로 각각 높였다.
그러나 평균 전망치가 올라가지는 않았다. 해외 주요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 0.8%로 한 달 전과 같았다.

◆가상자산 조예 깊은 정책실장…민간 스테이블코인 힘 실리나
이재명정부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선임된 김용범 신임 실장은 경제·금융 분야에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공직 퇴임 후 국내 최대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에서 활동했다. 특히 가상자산 산업의 미래에 관한 연구와 제안을 주도해 가상자산업계는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기대를 걸고 있다.
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 시절 김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스테이블코인을 주제로 한 보고서들을 다수 쏟아냈다. 특히 지난 3월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강점을 살린다면, 원화는 타국 화폐 대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평소 스테이블코인을 지렛대로 우리나라가 미국과 함께 디지털 G2(주요 2개국)로 도약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초 경제 유튜버들과 대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김 실장은 또 지난달 말 ‘디지털 G2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과거의 신뢰는 중앙은행의 보증, 은행 면허, 예금자 보호와 같은 법제적 장치 위에 구축됐지만, 지금의 디지털 통화 환경에서는 설계 구조 그 자체가 신뢰의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금융당국은 위험 통제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은행 기반 설계에 대한 선호 역시 제도적 관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단순한 규제 수용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즉 금융당국의 규제 위주 설계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의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 수 있단 의미다.
다만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단계부터 한은이 개입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