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으로 기도·폐포 손상돼 호흡 곤란
WHO 선정 ‘10대 사망 원인’ 3위 올라
국내 고령층 유병률 25.6% 이르지만
인지율 고작 2.3% 불과 … 경각심 필요
천식과 증상 유사하지만 점진적 악화
폐기능 검사 등 조기 진단이 가장 중요
이은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대변인(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최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COPD 환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극심한 고통을 설명하며 “한국은 초고령화와 초미세먼지 문제까지 겹치면서 앞으로 COPD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할 위험이 있는 만큼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D는 염증 반응으로 기도와 폐포가 손상돼 공기 흐름이 제한되는 만성 호흡기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10대 사망 원인에서 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에 이어 3위에 해당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국내 40세 이상 성인의 COPD 유병률은 12.7%, 65세 이상 고령층의 유병률은 25.6%에 이른다. 그러나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COPD의 인지율은 고작 2.3%에 불과하다. 이는 COPD와 유사한 유병률을 보이는 고혈압(71.2%)과 당뇨병(66.6%)의 인지율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COPD는 만성 기침뿐 아니라 호흡곤란 악화, 가래, 쌕쌕거림(천명음), 흉부 압박감, 피로감 등이 특징이다. 기침이나 호흡곤란 증상은 천식, 간질성 폐질환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러나 천식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시작되고 증상의 변화가 심한 반면 COPD는 점진적으로, 비가역적으로 악화한다. 간질성 폐질환은 흉부 영상에서 폐섬유화가 관찰되고, 천명음 대신 물방울이 튀는 듯한 악설음이 들린다는 점에서 COPD와 구별된다.
COPD 진단의 가장 중요한 검사는 ‘폐기능 검사’다. 숨을 참았다가 끝까지 내뱉을 때 전체 호흡량에서 1초간 나오는 호흡량의 비중(FEV1/FVC)이 70% 미만일 때 COPD로 진단된다.
이 교수는 “1초 강제호기량(FEV1)이 50∼80%인 중등도에서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호흡곤란이라는 증상은 50% 미만이 돼야 나타난다”며 “문제는 한 번 손상된 폐기능은 회복이 불가능하고, 이때부터는 증상 악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는 점”이라고 했다.
COPD를 조기에 발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일찍 발견하면 안정적 유지와 입원율과 의료비용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지난해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된 논문을 예로 들었다. 캐나다에서 3만835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COPD를 조기에 진단한 환자들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악화 사례가 적고 입원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COPD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흡연’이다. 흡연자의 15∼20%가 COPD로 진행된다. 이 외에도 연령, 대기오염, 만성 호흡기 질환 병력, 유전적 요인 등이 있다.
전문가들이 ‘금연’을 강조하는 이유는 발병 후 예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흡연 여부뿐만 아니라 과거 흡연력도 폐 기능 저하 및 급성 악화 빈도에 영향을 준다.
COPD 진단 이후에는 △호흡기 바이러스 등 감염으로 인한 급성 악화 빈도 △치료 및 관리 수준 △심부전·골다공증·대사증후군 등 동반 질환 여부가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급성 악화는 폐 기능 손상을 단번에 2배 가까이 증가시킬 수 있다.
이 교수는 “급성 악화가 반복될수록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첫 번째 급성 악화 이후 3∼4년 내 사망 위험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경고했다.

COPD 환자는 흡입형 스테로이드(ICS)·장기 작용 무스카린 길항제(LAMA)·장기 작용 베타₂ 작용제(LABA) 치료를 받게 된다. 과거에는 이 3가지 약물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고도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 손 쓸 방법이 없었는데, 2023년 두필루맙이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COPD 치료제로 승인받으면서 새로운 희망이 됐다.
이 교수는 “3제 복합요법으로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최신 생물학적 제제가 치료 옵션이 된다. 이런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 반응을 조절하거나 면역 경로를 타깃으로 하여 급성 악화를 줄이고 폐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국내에서는 1년 내 중등도 악화 2회 이상 또는 중증 악화 1회 이상을 경험한 환자에게 ‘마지막 치료 옵션’으로 권고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 COPD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폐기능 검사를 하면 COPD뿐 아니라 천식, 간질성 폐질환 등 중증 폐질환을 조기에 발견·진단할 수 있는 만큼 국가건강검진에도 포함해야 한다”며 “학회 조사에서 10년 이상 흡연한 50세 또는 60세 대상자에게 폐기능 검사를 시행할 경우 연간 23억337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다. 실제 환자들의 의료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이로 폐기능 검사에 대한 이득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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