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적 비난을 공개적으로 주고받을 정도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브로맨스’라 불릴 정도로 끈끈한 사이를 유지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순식간에 차가운 얼음처럼 식었으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국제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도 마치 가십처럼 둘의 파국을 흥밋거리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사회관계망서비스(눈)에서 이들의 ‘파국 드라마’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이들이 만든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양산되고 있다. 대부분은 이들을 조롱하는 밈들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트럼프와 머스크의 싸움에 인터넷 세상이 팝콘을 꺼내들었다”라면서 “엉망진창인 이혼을 방관적으로 지켜보는 인터넷 유저들이 밈을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는 미국 사회가 기억하는 ‘전설적인 불화’의 주인공으로 묘사되고 있다. 2004년 세계적으로 히트한 10대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 교내 ‘여왕벌’의 위치를 차지하려고 숨막히는 권모술수를 동원했던 십대 여학생들, 미 힙합계에서 역사적인 ‘디스 배틀’(비방전)을 벌였던 래퍼 드레이크와 켄드릭 라마 등을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에 비유하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머스크 CEO가 가수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이별 노래인 ‘겟 힘 백!(get him back!)의 가사를 곧 올릴 것이라고 비꼬았는데, 이 노래는 “자존심과 화를 내는 성미, 방황하는 눈”을 가진 남자와의 짧은 연애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상되는 가사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의 불화가 유엔이 제정한 ’성소수자 인권의 달‘인 6월에 최고조가 된 것에 주목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브로맨스로 불릴 정도로 끈끈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순식간에 파국이 된 것을 비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가 성소수자 권리 보장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 온 인물들이라 이런 풍자와 비꼼이 더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심지어 미 정치권 인사들도 트럼프와 머스크 CEO의 불화를 비꼬는 대열에 합류했다. 상원 법사위 대변인인 조쉬 소르베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이 지저분한 트럼프-머스크 결별은 정말로 성소수자 인권의 달에 있어 가장 게이적인 일”이라고 적었다. 민주당의 상원 1인자인 척 슈머원내대표가 “시리, 배드 블러드(Bad Blood)를 틀어줘”라는 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노래는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한때 친구인 줄 알았으나 결국은 적으로 돌변한 동료 가수 케이티 페리를 저격하기 위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머스크 CEO에게도 수모를 당했던 유럽 정치계 인사들도 고소함을 감추지 않았다. 티에리 브르통 전 유럽연합(EU) 내수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엑스에 동그랗게 뜬 두 눈과 팝콘 이모티콘을 나란히 올렸다. 브르통 전 위원은 지난해 8월 머스크 CEO의 SNS 활동이 유럽 디지털서비스법(DSA)상 유해 콘텐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가 머스크 CEO로부터 SNS를 통해 “엿이나 먹어라”라는 욕설을 들은 바 있다.
머스크 CEO를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설전을 벌였던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도 엑스에 “봐라 거물(big man), 정치는 생각보다 어려워”라고 관전평을 올렸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관계가 파탄 나자 유럽 정치인들이 미국 정부에 대한 전에 없던 감정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며 이를 ’샤덴프로이데‘라 부르기도 했다. 샤덴프로이데는 남의 불행을 속으로 기뻐하는 심리를 뜻하는 독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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