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내내 공개행보 자제…‘법카 의혹’엔 무대응
李대통령 취임 첫날 절제된 스타일링…향후 행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뒤에는 물밑에서 그를 묵묵히 지원한 퍼스트레이디 김혜경 여사의 ‘조용한 내조’가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김 여사는 이번 선거 운동 기간 공식 무대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종교계와 소외계층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였다. ‘법카 유용’ 의혹 상고심 결과에 따른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여사는 1966년 충북 충주에서 2남 1녀의 장녀로 태어났다. 서울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피아노과에 85학번으로 입학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유학을 준비하던 1990년 8월, 당시 갓 개업한 변호사였던 이 대통령을 소개팅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김 여사는 연애 시절에 대해 “남편이 당시 ‘바다 보러 갑시다’라고 말하며 자동차 핸들을 틀던 모습에 연애 감정이 싹텄다”고 전했다. 이들은 7개월 뒤인 이듬해 3월 결혼했다.
이 대통령은 김 여사를 처음 만난 날을 떠올리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섯 번의 소개팅 중 세 번째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 내가 첫눈에 반한 사람의 이름은 김혜경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아내와 결혼한 것”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결혼 프러포즈를 하면서 반지 대신 어릴 적 일기장을 김 여사에게 건네주었다고 한다. 일기장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어머니 손에 이끌려 학교 대신 공장으로 향했던 이야기, 아침 일찍 시장 청소를 도우라고 깨우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 등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첫 만남 7개월 뒤인 1991년 3월 결혼했다.

김 여사는 남편이 인권변호사에서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민주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동반자 역할을 해왔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 서울 광화문에서 지방재정 개편에 반대하는 단식 농성을 할 때 김 여사는 “길바닥 천막에 누워 굶고 있는 남편을 도저히 두고 올 수 없을 것 같다”며 광화문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김 여사 역시 수사선상에 올랐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김 여사가 이번 대선 기간 ‘조용한 내조’를 택한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김 여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등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모두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고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김 여사는 선거 운동 기간 해당 의혹을 둘러싼 맹공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대선 국면이 시작된 후 김 여사가 이 대통령과 동반 행보에 나선 것은 지난 3일 이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해지고 난 뒤부터다. 실제 김 여사는 이번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 대통령의 유세 일정에 한차례도 참여하지 않았다. 사전투표도 부산 동구에서 이 대통령과 따로 했다. 언론 노출도 자제하고 비공개 행보를 해왔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가 전국 단위로 유세 일정을 적극 소화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신 종교계 만남에 주력하며 ‘국민 통합’ 메시지에 공을 들였다.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행보도 이어갔다.
향후 영부인으로서 행보도 주목된다. 대선 과정에서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김건희 여사가 당선 후 적극 행보를 보였던 것처럼 법카 유용 의혹 상고심 결과에 따라 김 여사의 행보가 달라질 여지도 있다. 이 대통령이 국정 개혁에 속도를 내는 동안 김 여사는 자세를 낮춰 소외계층 등에 집중하는 영부인 역할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대통령 취임 첫날인 전날 김 여사는 순백의 정장에 진주 귀걸이 외에는 어떠한 장신구도 착용하지 않은 스타일링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 여사의 조용한 행보가 ‘김건희 리스크’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BBS 라디오 ‘신인규의 아침저널’에서 “(김 여사의 조용한 내조는) 전 정권에서 김건희 여사의 논란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 때문일 것”이라며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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