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그럭 소리를 내며 요금통 하나가 정류장 앞에 턱 놓여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 구석구석 세월의 흔적을 맞은 듯 누렇게 녹이 슬어 이 요금통이 지금까지 해왔을 여정이 얼마나 고됐을지 짐작된다. 옆구리에 달린 잔돈 반환기는 언제 마지막으로 쓰였는지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다. 앞에 달린 요금표만이 깨끗한 흰색으로 빛나며 아직 사용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오천원짜리 지폐를 넣었다며 울상인 청년의 추억도, 천원짜리 지폐를 반쪽만 잘라 넣다 꿀밤을 맞던 학생의 추억도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이 요금통과 함께 긴 노선의 끝에 다다를 것이다. 그렇게 요금통은 또 한 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길에 오른다.
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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