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등 부정선거론자들 의혹 제기 지속
선관위 “관리 부실 송구하지만 부정선거 없어”
전문가 “선관위, 제기된 의혹 적극 소명해야”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부실 관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부정투표론자들은 이를 빌미로 선거 조작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철저한 관리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4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사전투표와 전날 치러진 본 투표 현장에서 크고 작은 부실 관리 사례가 잇따랐다.
전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중초교 투표소를 찾은 한 70대 여성이 ‘이미 투표한 것으로 돼 있다’는 안내를 받고 경찰에 신고했다. 선관위는 동명이인 투표 여부 등 경위 파악에 나섰다. 관악구와 서초구 등에서도 ‘투표하지 않았는데 투표 명부에 서명이 돼 있다’는 등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마포구 대흥동 투표소에서도 투표 관리 부실로 동명이인 간 서명 혼선이 발생했다. 선관위의 착오로 주민등록번호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벌어진 업무상 불찰로 확인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본 투표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에서 투표와 관련한 112 신고가 총 793건이나 접수됐다. 유형별 신고 건수는 투표방해·소란 223건, 교통불편 13건, 폭행 5건이었다. 오인 등 기타 신고도 552건으로 집계됐다.
앞서 사전투표 기간에도 대리 투표, 투표용지 외부 반출 등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사전투표 첫날이던 지난달 29일 강남구에선 투표사무원이 배우자의 신분증으로 대리 투표를 한 뒤 자신의 신분증으로 투표해 경찰에 적발됐다.
같은 날 서대문구에선 투표용지가 투표소 밖으로 반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투표 순서를 기다리던 일부 시민이 투표용지를 소지한 채 밖으로 나가 식사한 뒤 돌아왔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이 일자 지난달 31일 발표한 대국민 입장문에서 “미흡함이 일부 있었다”며 “유권자 여러분께 혼선을 빚게 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노 위원장은 “앞으로 있을 선거일 투표에서는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더욱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본 투표장 곳곳에서도 잡음이 발생하며 체면을 구겼다.
투표 기간 내내 온라인상에서는 각종 확인되지 않은 관리 부실, 부정선거 의혹이 확산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유튜버들이 감시활동이라는 명분으로 투표장 곳곳에 나타나 의혹을 제기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박주현 변호사 등 대표적인 부정선거론자들은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각종 현장 영상과 사진 등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부정선거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게시글들이 올라온 가운데 누리꾼들 간 조작 논쟁 등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번 대선에서 의혹 해소와 신뢰 회복을 다짐했던 선관위 입장에선 난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투표소 현장에서의 투표사무원의 실수, 운영상 미흡이 일부 있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추후 발생 원인을 분석하여 개선방안 등 대책 마련에 힘쓸 것이고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일부 단체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에 올라오는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가짜정보 확산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사실관계 설명자료를 작성해 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시하거나 언론에 제공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관위가 제기된 의혹을 가짜뉴스라고 치부하고 무시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소명해 국민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전국적으로 선거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선관위는 신뢰가 생명이다. 억지든 궤변이든 논란이 있는 것은 분명하게 조사해서 국민에게 설명하고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이 선관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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