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글꽃중학교 조리원들은 지난 4월 중순 집단 병가를 내는 식으로 파업에 나섰다. 고기 등 덩어리 식재료 손질과 계란 깨기 등도 거부했다고 한다. 지난 3월 대전 둔산여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 조리원들이 돼지국밥 재료 손질을 거부했다. 조리원 처우 개선 문제로 촉발된 일부 학교의 급식 중단 사태다. 조리원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조리원들이 파업에 나선 배경이나 맥락을 묻는 이는 드물었고, 냉소와 조롱이 넘쳐났다.
학교 무상급식은 1992년 14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가 처음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눈여겨보는 이가 많지 않았다. 급식 문제가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은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 때다. 서울시 의회는 2010년 12월 친환경 학교급식 조례를 만들어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반대한 오 시장은 점진적 무상급식을 주장하며 시장직을 건 주민투표를 제안했고, 결국 투표율이 개표 기준에 미치지 못하자 사퇴했다. 이후 무상 급식은 전국으로 확산했다. 학생 건강 증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반면 조리원 처우 개선, 예산 증가라는 숙제를 남겼다.
최근 고공행진 중인 물가 탓에 비교적 저렴한 급식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직장인의 점심값 상승으로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 갈수록 악화하자 단체 급식과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오히려 성장일로다. 급식 사업을 넘어 식자재 유통과 컨설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일부는 조리 로봇과 주방 자동화 시스템 등을 도입해 글로벌 외식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까지 제시한다.
지난 5월 한화그룹이 급식과 식자재 유통에서 상위권을 점한 아워홈을 인수했다. 20조원대 단체 급식시장을 노린 행보다. 단체 급식은 학교·병원·공장·사무실·기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특정 다수를 상대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워홈을 비롯한 상위 5개사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2022년부터 민간에 넘어온 군 급식 사업도 매력적이다. 고급 아파트를 겨냥한 급식까지 등장했다. 급식의 미래는 노인층을 겨냥한 급식이나 케어푸드(돌봄식) 사업에 있다. 급식시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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