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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뇌와 뇌의 이념의 차이는 극복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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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4 23:05:49 수정 : 2025-06-04 23: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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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성향, 사회·환경적 요인 외
유전·기질·뇌구조 등도 영향 줘
성향 다른 상대 굳이 설득 말고
포용·화합으로 다양성 인정을

뇌과학자는 선거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판단과 의사결정의 과정이 궁금한 학자의 입장에서 전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는 매번 무척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다.

일단 전 국민의 선거 참여로 작년 말부터 계속됐던 정치적인 긴장감이 크게 해소될 수 있었다는 것은 매우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BBC와 CNN을 비롯한 외신들도 “작년 12월부터 계엄령 선포 이후로 한국에서 수개월간 계속된 정치적 혼란이 대통령 선거로 일단락되었다”라고 보도했다.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하지만 보다 자세히 투표 결과를 들여다보면 상당히 큰 패턴의 분열이 보인다. 일단 대한민국을 동과 서로 나눈다면 강원, 영남지역의 선택과 수도권, 충청, 호남지역의 선택이 극명하게 갈렸고, 지역에 따른 이념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연령별로는 40, 50대의 선택과 60대 이상의 선택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명확한 지지층을 구성하였으며 20, 30대의 경우는 성별에 따른 이념 차이가 꽤 크게 보였다. 이렇게 이념 차이가 지역과 연령대, 성별에 따라서 명확하게 나뉘는 패턴은 생각할 거리를 꽤 많이 던진다. 과연 서로 다른 정치적 이념을 가진 그룹 사이에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아니면 특정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점점 연결과 교류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은가? 자신과 비슷한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는 새로운 정보나 뉴스를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생각을 업데이트하는 빈도가 훨씬 떨어지면서 필터링과 에코체임버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는 않은가?

정치 성향은 뇌 안에서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한 연구들이 최근에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사회학자들과 정치학자들이 주로 봐왔던 것처럼 정치적 성향은 단순히 사회적 환경이나 교육, 주변의 사람들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기질과 유전, 뇌 구조 등 생물학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에 이런 연구들을 소개하는 흥미로운 책도 두 권이나 국내에 출간되었다. 존 허빙, 케빈 스미스, 존 알포드라는 세 명의 저명한 정치학자들이 최신 뇌과학, 심리학, 인지과학 분야의 연구들을 정리한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라는 책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프랑스, 독일 고등과학원, 그리고 미국 스탠퍼드, 하버드 대학교에서 연구를 해온 저명한 뇌과학자 레오즈 즈미그로드가 쓴 ‘이데올로기 브레인’이라는 책이다. 이 책들에서는 정치적 신념의 형성에 뇌의 신경 구조와 도파민 시스템 등의 생물학적 요소들이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서 인지적 유연성 및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성에 의해 보수 또는 진보 성향이 결정될 확률이 상당히 높고, 여기에는 유전자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성향이 결정론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타고난 성향이 얼마나 크게 우리의 이념과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끼치는지 보아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최근 연구들이 시사하는 바는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타고난 성향의 차이가 생각보다 다양하게 존재하며 이러한 성향에 따라서 특정 메시지를 받아들이거나 특정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여 스스로 안에서 강화하고 증폭시키는 정도가 제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결혼할 때도 처음부터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배우자를 선택할 확률이, 같이 살면서 정치적 성향이 서로 맞춰질 확률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정치적 성향이 배우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외향이나 내향과 같은 성격 차이보다도 훨씬 크다고 한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정치적 성향이 다른 상대를 설득할 수도 있다고 믿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실험 결과들도 있다.

21대 대선의 투표 결과에서 나타난 이념 차이의 패턴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비슷한 사람들끼리 더 강하게 결속하고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그룹이 더 강하게 모이게 되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이를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고 이해하려는 자세, 그 어느 때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포용과 화합의 리더십을 볼 수 있기를.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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