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보수 외 유권자 지지 못 얻어
金, 충청·수도권서 두자릿수 격차
“계엄·탄핵 거치고도 尹 절연 못해”
“이대로면 TK 자민련 전락” 위기감
당권 투쟁 격화 땐 쇄신 동력 상실
“2026년 지방선거 대비 재정비 시급”
국민의힘은 3일 치러진 제21대 대선 결과 중도층 표심 경쟁에서 ‘참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수정당의 위기’가 고착화한 결과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당의 대개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정부 출범과 함께 거대여당에 맞서 제1야당의 존재 이유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8시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분류되는 충청권에서 모두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에 두 자릿수대 격차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조사 전체 득표율 격차도 12.4%포인트로,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역구 득표율 격차(5.48%포인트)의 두 배가 넘었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의 뼈아픈 패배는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강성 보수를 제외한 유권자 대다수가 집권여당이었던 국민의힘에 완전히 등을 돌린 결과로 해석된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계엄과 탄핵을 거치고도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고, 당의 대선후보로는 중도 확장성이 없는 탄핵 반대파를 내세우면서 국민의힘의 패배는 뻔한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정통 보수’ 정당을 표방해온 국민의힘이 중도보수 공략에도 실패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이대로라면 “‘TK(대구·경북)자민련’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외연 확장에 실패하면 당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시급히 혁신형 비대위를 세우고 당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하고 탈당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이날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병든 숲은 건강한 나무만 이식하고 불태워야 한다. 계속 방치하면 그 산 전체가 병든다”고 직격했다.
하지만 대선에 참패하면서 ‘당권 투쟁’ 국면으로 전환하는 국민의힘 내에서 ‘책임 공방’을 벌이는 계파갈등이 더욱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돼야 하는 상황에서 당 주류였던 구(舊)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가 각자의 셈법을 치열하게 전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실제로 출구조사에서 참패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일부 친한계들이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를 두고 내홍이 심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대선 기간 유세에서도 “친윤 구태청산”을 외쳤고, 당 주류는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문제는 당권 다툼이 장기화해 당내 통합이 지연될 경우 입법·행정권을 모두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제1야당으로서의 책무를 이행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권력 공백’ 상태를 빠르게 해소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유권자들에게 ‘반이재명’ 구호가 아닌 제대로 된 철학과 정책으로 승부할 수 있는 보수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비대위의 ‘천막당사’ 시절처럼 철저히 쇄신하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은 지금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지 못하다”며 “소수야당이라는 숙명을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속히 기존 권력 구조를 재편하고 명분 있는 정당으로 재건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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