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오래된 집 리모델링하다 나 자신을 리모델링하다

입력 : 2025-05-31 20:50:14 수정 : 2025-05-31 20:50:13

인쇄 메일 url 공유 - +

오래된 집의 탐미/김서윤/책과이음

 

김서윤 작가 리모델링 하우스 이그조띠끄

집. 인류에게 집만큼 소중한 공간이 또 있을까. 집은 지친 일상을 보듬어주는 어머니 품이고 가족의 편안한 놀이터이자 작업 공간이기도 하다. 새 아파트를 구입하고도 많은 돈과 수고를 들여 내부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다 뜯어 고치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갓 입주하는 새 아파트 단지의 ‘구경하는 집’들도 대부분 그런 이유다. 하물며 오래되고 낡은 집 단독 주택은 어떨까. 내부는 물론 외관까지 손댈 곳이 넘쳐날 것이다. 더구나 시공업체를 잘못 만난다면 소송까지 번지는 마음고생도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집을 뜯어 고치는 일은 인생을 뜯어 고치는 일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예술로 은유하는 빈티지 공간 디렉터 김서윤 작가는 신작 <오래된 집의 탐미(책과이음)>에서 단독주택을 사들여 직접 예술이 스민 집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담았다. 작가는 책에서 서울 아차산 자락 대지 33평의 1979년식 작고 오래된 단독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마주하고 자신을 리모델링하는 기회도 얻었다고 털어 놓는다. 아파트처럼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공간 대신 조금 더 자유로운 형태의 주거 공간은 없을까?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를 대변하는 취향으로만 채워진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공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등 다양한 작업 분야에서 빈티지 공간 디렉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이런 고민 끝에 오랫동안 갈고 닦은 공간 디렉터로서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하고 유일한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용기 있게 실행에 옮겼다.

 

오래된 집의 탐미.

오로지 나만의 라이프스타일과 미적 취향을 간직한 어디에도 없는 독특하고 유일한 공간을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우리 인생처럼 리모델링 과정은 계획대로 흐르지 않았고 예상보다 훨씬 더뎠다. 엄두도 못 낼 지붕은 둘째 치고 전기, 배관 설비, 단열, 창호, 바닥 보일러, 벽 마감까지 모조리 뜯어내고 새로 재배치해야 하는 상황. 계약한 시공 업체에 페인트 색상 넘버까지 지정된 세부 디자인 구성안과 수많은 자료 사진을 건넸지만 도면도 예산도 차일피일 늘어지기만 했다. 계절이 돌고 도는 동안에도 본격적인 공사는 시작도 되지 못했고, 섣부른 철거 작업 이후 처음 계약한 시공 업체와의 약속은 끝내 누렇게 산화돼버렸다. 다행히 믿을 만한 새 시공 업체를 만나 심기일전해 집의 본질적인 방향성과 콘셉트를 다시 한 번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김서윤 작가 이그조띠끄 하우스에서 열린 북토크.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하며 작가는 공사 기간 내내 매일같이 리모델링 현장을 찾았다. 시공사가 단열, 창호, 설비, 배관, 전기 등 기본적인 공정을 진행했지만 이 집의 공간 기획자이자 디자이너, 그리고 공간 사용자로서 타일과 조명 기구, 콘센트와 손잡이까지 많은 자재를 직접 수급해야 했기에 매 공정을 꼼꼼히 점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타일 하나, 페인트 컬러 하나, 문짝 하나를 선택하면서도 잊고 살던 나, 내가 모르던 나를 만나고 10년 후의 나를 만나기도 했다고 소개한다. 집 리모델링은 그렇게 다시 만난 나 자신을 모자이크처럼 조각조각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이라고 작가는 털어 놓는다. 이렇게 탄생한 그의 집 이름은 ‘이그조띠끄 하우스(Exotique House)’. 작가는 집 리모델링을 꿈꾸지만 어떤 콘셉트로 정해야할지 막막한 이들에게 페달을 처음 밟는 아이의 두려움을 돕는 세발자전거 같은 책이 될 것이라 믿으며 지금도, 여전히, 오래된 것들이 품은 비밀을 탐미한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유스피어 다온 '완벽한 비율'
  • 유스피어 다온 '완벽한 비율'
  • 조이현 '인형 미모 뽐내'
  • 키키 지유 '매력적인 손하트'
  • 아이브 레이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