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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철학 없이 기술로만 한다”…이준석은 왜 선거 때마다 논란을 일으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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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31 13:14:22 수정 : 2025-05-31 13: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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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정치 철학에 대한 고민이 없고, ‘어떻게 이목을 끌까’는 기술적인 부분에 빠져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21대 대통령선거 3차 TV토론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여성신체와 관련한 성폭력성 발언을 꺼낸 것과 관련해 이렇게 평했다. 그는 “이준석은 어떤 게 도덕적으로 정의로운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이기는 게 중요하다”며 “아직 40대니 앞으로 10∼20년은 보수진영 주역으로 일할 텐데, 가볍게 인기만 쫓으려 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6·3 조기대선 막판에 불거진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적 발언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가의 미래, 후보의 정책적 비전을 놓고 경쟁해야 할 대선 레이스가 특정 표현을 둘러싼 고소·고발과 상호 비방전으로 바뀌었다. 정치권에선 이준석 후보의 ‘표 계산 정치’가 다시 나왔다는 시각이 있다. 한 보수진영 정치인은 31일 세계일보에 “정치를 ‘마음’으로 하지 않고, ‘기계’로 하는 게 또 나왔다”고 말했다. ‘이준석의 정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준석 후보는 ‘정치개혁과 개헌’을 주제로 한 27일 TV토론회에서 대통령 후보자 가족 검증을 명분으로 여성 신체 대상 성폭력을 직접 언급하며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를 향해 “여성혐오에 해당하는가”라고 물었다. 권 후보는 답하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는 29일 기자회견에서 “단계적 질문으로 준비했었다”며 “국민께 검증하는 자리이고 100%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기 때문에, 순화해서 가정적인 상황을 만들어서 질문을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TV토론에서 못다 한 질문이 “(온라인상 발언의 주체가 이재명 후보) 본인의 자녀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등이 발의한 본인의 징계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박근혜 비대위’에 참여한 후 지금까지 이준석 후보는 많은 정치적 논란과 마주해왔다. 그가 공식석상에서 내놓은 자극적 언사가 진원지였던 경우가 많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준석 후보가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한 “20·30 여성들의 망상에 가까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됐다”는 발언을 혐오 표현의 사례로 꼽은 바 있다. 2022년 국민의힘 당 대표 자리에서도 이준석 후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시위에 ‘인질’과 ‘볼모’라는 단어를 쓰며 비난했다.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엔 이러한 말의 정치가 큰 역할을 했다. 문제는 정치의 본령인 ‘문제 해결’에 이준석의 말이 어떤 영향을 끼쳤느냐는 점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는 언론을 알고 정무 감각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진 잔기술로 여론을 갈라치기 해 지지층을 결집해 왔다”고 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이 후보가 이목을 끈 뒤 정치 영역에 남은 건 혐오와 배제”라며 “이번 대선에서도 ‘이재명 때리기’만 하면 보수 대안이 될 거라고 보고 잔기술을 부렸지만, 축적된 내공과 철학이 없던 탓에 ‘최악의 정치’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정치에 있어 지지층을 모으고, 자신의 정치적 경향성에 반대하는 집단과 대립하는 ‘갈라치기’는 이준석 후보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정치인이 사실 ‘갈라치기’를 한다. 다만 그가 ‘어떤 갈라치기’를 하고 있느냐가 그의 주장에 진정성이 담겨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가운데 ‘극우후보를 반대하는 서울 서부지역 사람들' 이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후보가 지금까지 비판해 온 대상은 주로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그는 자신의 강도 높은 발언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이나 사회단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지난 3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여자니까 한자리 주세요. 내가 장애인이니까 한자리 주세요. 이거는 말 그대로 꽃밭을 모으는 거지 정치의 다원성을 하나도 증진 못 시킨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약자에만 공격한다는 것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갈등을 들며 반박하기도 한다. 자신은 약자와 강자 모두와 대립했다는 주장이다. 그가 자신이 성별·세대·장애 등으로 편을 갈라 ‘공동의 적’을 만들고, 지지세를 끌어올린다는 비판을 받을 때면 “증거를 대라”며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준석 후보는 토론회 발언 관련 논란이 커지자 30일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정치인을 오히려 갈라치기라고 몰아세우는 ‘책임 전가 세력’과의 전면전”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갈등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이러한 방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개혁신당 21대 대통령선거 공약자료집을 살펴보면,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대상 정책은 없다. 이번 발언 이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만연한 여성혐오적 댓글 문화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은 바 없다. 그의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이준석 후보가 ‘혐오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준석 후보는 이번 대선 유세 현장에서 연일 “압도적 새로움”, “정치 세대교체”, “보수의 미래”를 외치고 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이 후보가 지금까지 해온 ‘갈라치기 정치’, ‘한방(one shot) 주의’, ‘레토릭 정치’의 한계가 나타났다”며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15% 지지율을 얻으면 보수를 아우르는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확장성이란 것은 별안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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