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가 아시아에 관여해야 할 필요성 강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북한이 유럽 땅에서 교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1만명 넘는 대군을 러시아에 파병한 점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BBC 방송에 따르면 마크롱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개막한 아시아 안보 회의, 일명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개회사를 했다. 마크롱은 이번주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에 돌입해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차례로 방문하고 마지막으로 싱가포르를 찾았다.

마크롱은 유럽과 아시아가 직면한 도전이 점점 더 밀접히 연관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그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그는 “과거에 나는 서방의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아시아 지역에서 역할을 맡는 것에 반대한 적이 있다”고 운을 뗐다. 지난해 나토가 일본 도쿄에 연락 사무소를 설치하려던 계획이 프랑스의 반발로 좌초한 점을 거론한 것이다. 이에 대해 마크롱은 “타인들의 전략적 경쟁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프랑스가 나토의 아시아 사무소 개설에 반대한 것은 결국 외교적으로 중국 편을 들어준 조치로 해석됐다.
하지만 마크롱은 이제 나토가 아시아 안보에 개입할 때가 되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북한이 유럽 땅에서 러시아와 함께 있는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을 겨냥해 “나토가 동남아, 또는 아시아 전체에 관여하는 것을 중국이 원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유럽 땅에서 교전하는 것을 분명히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를 돕기 위해 1만4000명 넘는 규모의 군대를 파병했다. 북한은 또 2023년 9월부터 컨테이너로 따져 2만개 이상 분량의 포탄과 관련 물자를 러시아에 지원했다. 그 대가로 러시아는 단거리 방공 시스템 및 전자전 체계, 전파 교란 장치 등을 북한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단거리 방공 시스템 ‘판치르’는 전 세계의 저·중고도 방공 무기 가운데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북한·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은 한국, 일본 등 주변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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