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연일 ‘돼지발정제’를 언급하고 있다. 3차 TV토론에서 그가 발언한 성폭력적 표현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난 2017년 대선 토론회에서는 심상정 후보님이 ‘돼지발정제’ 문제를 굉장히 세게 들고나오셨다”(28일 SBS라디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는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후보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자괴감과 국격을 생각할 때 홍준표 후보는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오늘 홍준표 후보와 토론하지 않겠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017년 대선 토론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발언 어디에도 ‘돼지발정제’라는 단어는 없다. 이 후보가 논란의 문장을 그대로 읊은 것과 대조적이다.
발언 형식의 차이는 발언 의도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심 후보의 발언은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의 성폭력 공모 이력을 지적하며 TV토론을 시청하고 있던 국민들에게 성폭력은 한국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범죄라는 사실을 알렸다. 심 후보의 발언이 불쾌감을 주지 않은 배경이다.
이 후보는 무엇을 지적하기 위해 전국민이 시청하는 TV토론에서 저급한 표현을 내뱉은 걸까. 이 후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게 해당 표현이 “여성혐오인지 아닌지”를 질문했을 뿐, 어떠한 문제의식도 전하지 않았다. 그가 국민들의 뇌리에 남긴 건 저급한 표현이 전부였던 것이다. TV토론이 끝난 뒤 국민들이 불쾌하다고 반응한 이유다.
이 후보는 여전히 스스로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있다. 그가 내뱉은 표현이 ‘여성혐오’에 해당하는지. 해당 표현의 문제는 무엇인지,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온라인문화를 교정하기 위해 그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이 후보의 답변이 지연되는 사이 그가 발설한 표현은 온라인에서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이 후보가 발언에 책임지려면 지금이라도 답해야 한다.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그는 그저 전국민을 상대로 성폭력적 발언을 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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