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에서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인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에서 제1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다. 아직 국내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은 치명률이 최대 75%에 달한다.
2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제1급 감염병 목록에 추가하는 내용의 ‘질병관리청장이 지정하는 감염병의 종류 고시’ 개정안이 전날 행정 예고됐다. 관련 규정 정비 등을 거친 뒤 하반기 지정될 예정이다.

1급 감염병은 법정 감염병(1∼4급)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이다. 환자가 발생할 경우 반드시 즉각 신고해야 한다. 현재 에볼라바이러스병, 라싸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17종이 지정돼 있다.
1급 감염병이 새로 지정된 건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5년 만이다. 코로나19는 2022년 2급 감염병으로, 이듬해 4급으로 떨어졌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은 감염된 과일박쥐를 통해 사람이나 돼지와 같은 동물에 전파된 후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지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사람 간 전파는 직접 접촉 또는 체액 접촉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열, 두통,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 후반에는 일부 뇌부종이나 뇌염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은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치명률도 40∼75%로 높은 편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니파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보고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전 세계적으로도 대규모 유행 양상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만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인도의 경우 2001년에 첫 환자가 보고돼 지난해까지 총 10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40대 여성이 올해 첫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청 관계자는 “주시해야 하는 질환으로 판단해 선제로 지정을 추진하는 것”이라면서도 “코로나 19처럼 전파 속도가 빠르지는 않고 인도와 주변 국가 이외 지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팬데믹(대유행)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주요 지역인 인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박쥐, 돼지 등 동물과 접촉을 피하고 오염된 과일이자 대추야자 수액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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