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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투명성이 담보되는 공시제도 [더 나은 경제,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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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6 19:39:28 수정 : 2025-05-26 19: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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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12일 개최한 가상자산 업계·전문가 간담회 모습. 금융위 홈페이지 캡처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신규 상장법인과 기존 상장사의 공시 의무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 신규 상장사는 상장 직전 분기 및 반기의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며,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시 공시 시점도 납입 1주일 전으로 앞당겨진다. 이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다.

 

공시제도는 오랜 시간 주식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신뢰를 구축해온 핵심 장치 역할을 했으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 효율성의 기반이 되고 있다. 또 사업보고서, 주요 경영사항, 재무 위험 등 중요한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히 공개해 투자자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상장 직전 기업의 재무정보 부족이나 CB 발행 시기의 지연 공시 혹은 납입 당일 공시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반복되어왔다. 이 탓에 이번 제도 강화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금융위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도 공시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자산 시대에 맞춰 본격적으로 투자자 보호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앞서 금융위가 지난해 5월20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은 상반기 대비 약 두 배 가까이 성장해 100조원을 넘어섰고, 일평균 거래대금도 크게 늘었다. 이렇게 급성장하는 시장임에도 공시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따랐다. 실제로 대부분 프로젝트가 백서를 자율적으로 공개했지만, 외부 검증이나 표준화된 기준 없이 정보가 제공됐다. 이런 탓에 투자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몇몇 정보에 의존해야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가상자산 시장 내 공시 부재 위험성은 2023년 루나·테라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실질적인 가치 없이 확장된 구조, 허위정보 유포, 유통량 은닉 등으로 막대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고, 이 사건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제도화 및 규제 필요성을 인식시킨 계기가 됐다.

 

이에 우리 정부도 가상자산 공시제도 도입을 공식화하고, 2025년 시행을 목표로 ‘제도화 2단계 입법’을 추진 중이다. 도입 예정인 주요 공시 항목에는 백서 표준화, 외부 감사 의무화, 거래소 상장 심사 기준 강화, 가상자산 보유 기업의 회계 기준에 보유 내역 및 가치 변동 반영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는 미국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의 디지털 자산 회계 지침과 유사한 형태로, 글로벌 규제와의 정합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최근 스테이블코인(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가상자산) 규제 법안을 통과시킨 미 하원은 디지털 자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하며 이러한 공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증권시장뿐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의 공시 목적 역시 명확하다.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다. 정보가 일부에만 집중되면 시장이 왜곡되고, 투자자 피해가 반복된다. 가상자산 시장은 분산화 특성상 정보 불균형과 불투명성 문제가 증시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프로젝트별 정보 공개 수준이 들쭉날쭉하고, 표준화된 공시 체계가 부재해 투자자들이 ‘깜깜이 투자’에 노출돼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시장의 급성장 속도를 제도적 장치가 따라가지 못하고, 기술적 복잡성과 글로벌 규제 미비, 프로젝트의 자율적 정보 공개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공시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면, 투자자 보호가 강화되고 정보 접근성이 개선되어 불공정한 거래에 따른 피해가 줄어든다. 또 검증된 정보에 기반한 판단으로 건전한 투자가 유도되고, 국제적 공시 기준과 정합된 구조를 통해 해외자본 유치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무엇보다 공시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시장 정립의 시작점이자 혁신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증시가 공시를 통해 투자자 신뢰를 구축하고 제도권 자본을 끌어들이듯 가상자산 시장도 공시라는 투명성 확보장치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확장되어야 한다. 정보가 신뢰를 만들고, 신뢰는 시장의 생명력이 된다. 그리고 투명성은 경쟁력을 강화한다. 공시는 시장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첫걸음으로 우리가 설계해야 할 미래 금융의 핵심 열쇠다.

 

최예린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yer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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