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옥, 가방 교환 차액 사비 결제
“건진법사 심부름 했다” 입장 고수
건진 일가 연락 주고받은 정모씨 등
檢, 前 행정관 2명 추가 관여 의심
건진 ‘샤넬백 진술’ 변화에도 주목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각종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 최측근 비서 3인방의 역할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들이 전씨에게 전달된 명품 샤넬 가방 2개와 고가의 목걸이 등의 행방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는 샤넬코리아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씨의 오랜 수행비서인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2022년 4월 전씨가 건넨 샤넬 가방을 교환하며 차액 85만원을 신용카드로 추가 결제한 내역을 확보했다. 김씨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에서 전시총괄팀장을 지낸 유 전 행정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코바나컨텐츠 고문을 지낸 전씨와 인연이 있어 “심부름을 했다”며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았다”고 진술했다. 같은 해 7월 1000만원이 넘는 또 다른 샤넬 가방을 교환했는데, 이때는 유 전 행정관의 카드 내역이 발견되지 않았다. 두 가방은 각각 종교단체 고위간부 출신 윤모씨의 부인 이모씨와 처제가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행정관 외에도 김씨를 수행한 정모 전 행정관과 조모 전 행정관이 샤넬 가방 교환 등에 관여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윤씨가 전씨에 샤넬 가방을 건넨 시기, 정 전 행정관이 전씨의 처남 김모씨와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을 확보했다. 정 전 행정관은 유 전 행정관, 전씨와 코바나컨텐츠에서 일을 하다 대통령실에 합류한 김씨의 최측근 중 한명이다. 조 전 행정관은 옛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실 보좌관 출신으로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가 김씨에 300만원 상당의 디올 가방을 전달할 당시 최 목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인물이다. 검찰은 샤넬 가방, 고가 목걸이 등의 행방을 찾기 위해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와 코바나컨텐츠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유 전 행정관과 조 전 행정관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전씨가 샤넬 가방 관련 진술을 바꾼 데 주목하고 있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샤넬 가방을 김씨에게 “전달한 적 없다”고 했다가, 샤넬코리아 압수수색 이후엔 “유 전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행정관과 전씨는 가방 교환 심부름을 했지만 교환한 제품을 잃어버렸고, 김씨에 전달되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 전 행정관은 가방을 건넨 윤씨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말을 맞춘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전씨와 유 전 행정관, 윤씨 간 대질신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김씨 측은 이날 “유 전 행정관은 윤씨를 알지도 못하고 전화번호도 없다”며 “전씨와 유 전 행정관 진술이 일치하는데 대질할 것이 없다”고 했다. 김씨 측은 ‘검찰이 유 전 행정관을 조만간 추가 조사할 계획’이라거나 ‘김씨 최측근 3명 전원 소환조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 관련 다른 의혹 사건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재수사하는 서울고검은 김씨의 계좌 인출 내역이 담긴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 작성에 관여한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먼트의 전 임원 민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이번주 소환을 통보했다. 민씨는 이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김씨의 디올 가방 수수 사건을 처음 폭로하고 고발한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한 항고 기각 결정에 불복해 대검찰청에 재항고장을 23일 등기로 발송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씨 측 변호인과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다만 김씨 조사는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대선 이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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