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한복판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두 명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용의자는 체포 과정에서 ‘가자를 위해서였다’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가자지구에서의 작전 확대로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AP통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밤 9시 캐피털 유대인 박물관 바깥 거리에서 미국 유대인 위원회가 젊은 외교관들을 위한 리셉션을 열고 있는 가운데 총격이 발생했다. 총격에 숨진 남녀 2명은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야론 리슈린스키(30)와 사라 밀그림(26)으로 이들은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연인 관계로 약혼을 앞두고 있었다.

워싱턴의 미국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진술서에 따르면 남성인 용의자 엘드리어스 로드리게스(31)는 총격 후 체포될 당시 경찰에게 “팔레스타인을 위해, 가자를 위해서였다”고 외쳤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용의자는 유대인 박물관 주변을 서성이다 행사 직후 박물관을 떠나던 네명의 무리에 접근해 총을 발사했다. 용의자는 경비원들에게 뛰어가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했고 경찰이 도착하자 자신이 가자지구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외쳤다.
사건이 발생한 유대인 박물관은 국회의사당과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건물과 인접한 곳에 있다. 백악관에서도 불과 2㎞ 정도 떨어져 있다. 또 2만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인 캐피탈원아레나로부터도 불과 세 블록 거리다. 수도 워싱턴의 경계가 허술함을 드러낸 것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무기는 9밀리미터 권총이었으며 최근에 구입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서는 밝히고 있다. 진술서에 따르면 로드리게스는 화요일 시카고에서 로널드 레이건 내셔널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총기를 위탁 수하물로 운반했다.
워싱턴의 임시 연방 검사인 제닌 피로는 이번 총격 사건을 증오 범죄이자 테러 범죄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고, 기자회견에서 “증거에 따라 추가 기소할 것이며” 당국은 “방대한 양의 증거”를 검토하고 있고 사형을 구형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2일 오후 연방 법원에 처음 출석한 로드리게스는 흰색 점프슈트를 입은 채로 아무런 항변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명백히 반유대주의에 기반한 이런 끔찍한 사건은 이제 끝내야 한다. 증오와 급진주의는 미국에 설 자리가 없다”는 글을 곧바로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며 “희생자 가족에게도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 세계 이스라엘 공관에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직원들에 대한 경호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NYT는 미국의 대학 캠퍼스와 대사관 앞 등에서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반대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특히 워싱턴의 이스라엘 대사관에 시위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시위는 비폭력적으로 진행됐으나 이날 총기사고로 미국 내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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