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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두른 손, 트로피 번쩍… “오늘만큼은 나도 전설” [뉴스 투데이]

입력 : 2025-05-22 18:00:00 수정 : 2025-05-22 23: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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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유로파 우승… 손흥민 ‘무관 탈출’

맨유 상대 전반 42분 존슨 결승골
손, 후반 22분 투입돼 승리 힘 보태
亞 선수 첫 UCL·UEL 결승 경험
한국인 선수 4번째로 유로파 우승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워” 소감
주최 측 실수로 메달 못 받아 논란
“지난 17년간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으니 오늘만큼은 나도 ‘토트넘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환호하는 캡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이 22일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우승한 후 토트넘 주장 손흥민(가운데)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동료 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다만 UEFA가 시상식 당시 메달을 30개만 준비하면서 손흥민 등 일부 선수가 우승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장면은 옥에 티였다. 빌바오=AFP연합뉴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트로피를 들어 올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주장 손흥민의 소감이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10년 동안 팀을 위해 헌신한 데 대한 보상이라도 받아낸 듯 “잊기 힘든 밤을 보내고 싶다. 모두 함께 즐기고 축하하자”고 외쳤다. 22일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린 2024~2025 UEL 결승에서 전반 42분 터진 브레넌 존슨 결승골을 앞세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1-0으로 꺾은 직후다. 토트넘은 맨유의 파상공세에 고전했지만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 선방과 수비수 미키 판더펜의 몸을 날리는 수비로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손흥민은 후반 22분 히샬리송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아시아선수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UEL 결승 무대를 경험한 선수가 됐다. 손흥민은 공격보다 수비에 집중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가 끝나자 손흥민은 태극기를 두르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주장으로서 15㎏에 달하는 우승 트로피를 가장 먼저 들어 올리며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2007~2008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만에 품에 안은 우승컵이다. 토트넘이 유럽 클럽대항전에서 우승한 건 UEL 전신인 UEFA컵을 제패한 1983~1984시즌 이후 41년 만이다.

 

10년째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손흥민도 우승 갈증을 해소했고 UEFA컵을 포함해 UEL 챔피언에 오른 네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앞서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1979~1980)와 레버쿠젠(1987~1988) 시절 두 차례 UEFA컵을 제패했다. 이후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김동진과 미드필더 이호가 2007~2008시즌 러시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UE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세 차례 준우승(2016~2017 리그·2018~2019 UCL·2020~2021 리그컵)을 경험했지만 챔피언 타이틀을 따내지 못했다. 이렇듯 토트넘은 늘 우승에 한발 모자란 팀이었다. 지난 17년간 루카 모드리치나 가레스 베일, 해리 케인 같은 선수들이 트로피를 원한다며 토트넘을 떠났다. 특히 2023~2024시즌을 앞두고 떠난 케인 공백이 컸다. 케인이 빠진 토트넘은 지난 시즌 UCL 진출권을 따지 못한 채 UEL에 나서게 됐고, 올 시즌에는 팀 창단 이후 최다인 21패를 당하며 리그 17위까지 주저앉았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비판은 물론 주장 손흥민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차고 침몰하는 토트넘을 지켰고 토트넘 팬들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줬다. 디애슬레틱스는 “모드리치나 베일, 케인도 해내지 못한 토트넘 우승을 손흥민이 이뤄냈다”며 “이들은 트로피를 위해 팀을 떠났지만 손흥민은 의심하는 이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토트넘에 남았고, 결국 대업을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손흥민도 감격스러운 듯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감독님이 많은 압박과 비판을 받았고, 나 역시 주장으로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겪었다”며 “정말 간절하게 원했던 트로피였고, 지난 일주일 밤 동안 이번 경기에서 이기는 꿈을 꿨다”고 했다. 한국축구대표팀 주장이기도 한 손흥민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고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다만 시상식에서 손흥민이 우승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장면은 아쉬운 대목이다. 시상식에 오른 인원이 예상보다 많았는데 UEFA가 메달을 30개만 준비하면서 손흥민과 크리스티안 로메로, 로드리고 벤탄쿠르 등 일부 선수가 메달을 받지 못했고, 해당 선수들은 이후 별도로 메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 입단 10주년에 UEL 우승이란 큰 선물을 받은 손흥민이지만 팀에서 그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토트넘이 손흥민과 장기계약 대신 1년 연장을 선택한 데다 입지가 흔들리는 포스테코글루 감독마저 바뀌고 새 감독이 올 경우 손흥민 활용도가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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