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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만원 와인 준비 좀”… ‘노쇼 사기’ 발신지는 캄보디아였다 [뉴스 투데이]

입력 : 2025-05-21 06:00:00 수정 : 2025-05-21 07: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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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정치인 사칭 사기 피해 급증

식사 예약하며 없는 물품 요청
“당일 함께 계산” 대리구매 유도
공범업체에 돈 보내면 잠적 수법
선거철 맞아 정당 사칭 사례도 ↑

대부분 동남아 콜센터서 걸려와
경찰, 5월부터 따로 통계 관리
“비대면 주문 땐 재확인을” 강조

전북 전주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수민(48)씨는 최근 한 국회의원의 비서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17일 유명 국회의원들이 참석하는 점심 예약을 하고 싶다면서 의원이 즐겨 마시는 와인을 준비해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그는 “개인 간 주류 거래가 안 된다”며 “사장님께서 업체를 통해 (와인을) 매입하면 식사가 끝나고 법인카드로 결제하겠다”고 특정 와인업체 연락처를 전달했다. 이들이 요구한 와인은 한병에 650만원이었는데 두 병을 매입하면 1400만원을 결제해주겠다고도 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정씨는 해당 의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의원실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고 전달받은 와인 업체 주소도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니 가짜였다. 예약 당일 사람들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씨는 “세금으로 비싼 술을 마신다고 해 기분이 나빴는데 알고 보니 사기인 것을 알고 더 황당했다”고 말했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자를 노린 ‘노쇼’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도 선거를 빙자한 노쇼 사기 사례가 발생했고, 강원 지역 일대에선 정당을 사칭해 한 숙박업체에 방 10개를 예약하고 도시락 대리구매를 요구하는 사건도 있었다. 방송 제작진, 유명 연예인, 공무원 등을 사칭한 각종 노쇼 사기가 경찰에 보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의 범행을 수사한 결과 하나의 연관성을 찾았다고 밝혔다.

 

대부분 연락이 캄보디아 국적의 콜센터로부터 걸려온 것이다. 이들의 통신 형태는 유사했고 범행 수법도 비슷했다. 피해자가 운영하는 업체 물품의 주문으로 시작해 나중에 피해자의 물품과 함께 결제한다며 피해자가 취급하지 않는 다른 업체 물품 대리구매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피해자가 대리구매 업체에 돈을 보내면 업체는 잠적했다.

 

범행은 점점 치밀해지고 있다.

 

지난 3월 경북 의성 일대에 대형 산불이 났을 당시 교도관을 사칭한 조직이 굴착기 업자에 전화해 방화복의 대리 주문을 유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수 남진의 데뷔 60주년 기념 전국투어 콘서트가 열린 경남 창원에서는 남진 소속사 직원을 사칭한 조직이 식당을 예약한 뒤 고가의 술을 대리 구매시켜 470만원 상당의 돈을 챙겼다. 최근에는 선거철을 맞아 선거운동을 가장해 접근하는 등 이들은 범행을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있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차덕호(55)씨는 최근 겪은 노쇼 피해를 털어놓으면서 “지금 경기가 너무 안 좋은데 자영업자들 마음을 한 번 더 아프게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노쇼 사기가 빈번하자 이달부터 따로 통계를 집계해 집중 관리한다.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 피싱범죄수사계는 노쇼 사기 집중수사관서로 지정됐다. 다만 사이버 기반 사기는 추적 단서가 제한적이고 해외 거점 조직의 범행인 만큼 피해금 회복이 쉽지 않아 사전에 피해를 예방하는 노력이 중요한 상황이다.

 

경찰은 유명인이나 공공기관 등을 사칭한 비대면 주문의 경우 재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대리구매를 해달라는 요청은 전형적인 노쇼 사기 특징으로 거절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노쇼 사기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범죄”라며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개개인이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승진·최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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