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남미 대륙에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여러 독립국이 존재하지만 아직 서방 강대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역도 있다. 바로 수리남과 브라질 사이에 끼어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다. 17세기 후반 프랑스 영토가 된 이래 지금까지 350년 넘게 프랑스 지배를 받고 있다.
국토의 99%가 열대우림으로 뒤덮여 사람이 살기 어렵다 보니 남한보다 조금 좁은 면적임에도 인구는 약 30만명에 불과하다. 프랑스령 기아나 하면 가장 유명한 장소는 아마도 기아나 우주센터일 것이다. 기아나 북동부 대서양 해안에 위치한 프랑스 우주기지로, 유럽연합(EU)은 물론 한국의 인공위성 발사도 이곳에서 많이 이뤄진다.

프랑스가 기아나에 우주센터를 설치한 것은 적도와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구의 자전 속도를 최대한 이용해 경제적으로 인공위성 궤도 유지에 필요한 공전 속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탁월한 입지 조건 덕분인지 세계 각국의 인공위성 등을 실은 로켓 발사를 대행하며 엄청난 돈을 번다는 후문이다. 우주센터에서 거둬들이는 이익이 프랑스령 기아나의 전체 수입 중에서 16%가량을 차지한다고 하니 사실상 기아나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하겠다. 기아나에 배치된 프랑스군의 핵심 임무가 바로 이 우주센터를 외적으로부터 지키는 일이다.
우주센터가 프랑스령 기아나의 ‘빛’이라고 한다면 오랜 기간에 걸친 유배지 노릇은 ‘그림자’에 해당한다. 기아나 앞바다의 여러 섬들 가운데 ‘일 뒤 디아블’이 있다. 프랑스어로 ‘악마섬’이란 뜻이다. 프랑스 정부는 1850년대 이 섬에 감옥을 짓고 혐의가 무거운 정치범 등의 수용소로 활용했다. 프랑스 본토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을 뿐더러 열대우림 지역이다 보니 설령 탈옥에 성공하더라도 프랑스로 되돌아가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19세기 말 독일의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구속됐다가 훗날 무죄 판결을 받은 프랑스 육군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1859∼1935)가 바로 이 악마섬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탈옥을 소재로 한 영화 ‘파피용’(1973)의 무대가 된 장소이기도 하다.
프랑스 법무부가 지난 18일 프랑스령 기아나에 오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중범죄자 전용 교도소를 짓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1953년 폐쇄된 악마섬 교도소와 가까운 내륙 지역에 최대 500명 수용이 가능한 교정시설을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마약 밀매업자와 이슬람 무장 단체 조직원 등이 주로 수감될 예정이라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기아나 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프랑스가 아직도 자기네를 식민지의 피지배 계층쯤으로 여겨 무시한다는 것이다. ‘아예 프랑스로부터 독립하자’는 얘기까지 나올 지경이라니 여론이 심상치 않은 모양이다. 위험한 범죄자들을 본국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려는 프랑스 정부의 의도가 과연 실행에 옮겨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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