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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민주주의 강화·행정부 개편 … 정치양극화 해소엔 한계 [심층기획-2025 대선 매니페스토-내일을 바꾸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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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19 20:00:00 수정 : 2025-05-19 21: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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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정책공약 검증 - 정치개혁

이재명·김문수 “국민소환제 도입”
유권자 투표로 선출직 국회의원 파면
시민 참여 확대·책임정치 내세우지만
팬덤정치·정파적 응징 도구 변질 우려

불체포특권 폐지 등 ‘단죄식 해법’
金, 국회의 권한남용 대응방안 강구 등
李 겨냥한 성격 짙고 입법부 보호 약화
李 당선 땐 행정부 견제 실효성 의문도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 노력 부족
이준석, 부처 통폐합·예산기획 이관 등
사실상 행정부 내부 권한 수직적 재편
다당제 실현 선거법 개정 약속 사라져

4년 중임제 또는 연임제 개헌, 권력구조 개편, 행정부 재편….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6·3 조기 대선에서 정치개혁을 둘러싼 주요 후보들의 공약 경쟁 역시 치열하다. 주요 후보들이 직접민주주의 강화 정책을 쏟아내면서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의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팬덤 정치’, ‘포퓰리즘 정치’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 양극화 해소 방안은 공약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19일 취재팀이 주요 정당 후보들의 정치 분야 공약을 다각도로 분석하기 위해 학계, 시민사회, 정치스타트업 등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공약 심층 검토를 요청한 결과,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 정치 양극화 해소와 국민통합, 대통령제 권력 분산을 지목했다. 세계일보가 지난달 15∼16일 공공의창·리서치뷰와 실시한 여론조사(무선ARS)에서도 유권자들은 ‘정치적 양극화 해소 및 협치 강화’(37.4%)를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정치 과제로 선택하기도 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서울 표심 잡기에 나선 19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소환제 등 직접민주주의 확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정치개혁과 관련해 ‘내란극복’과 ‘국민통합’, ‘민주주의 회복’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통령 계엄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정치보복 관행 근절, 직접민주주의 강화 등을 약속했다.

 

구체적인 이행방법으로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계엄 선포 시 국회의 계엄해제권 행사에 대한 제도적 보장 강화, 국방 문민화 및 군 정보기관 개혁, 3군 참모총장 인사청문회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유권자들이 투표로 의원을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국민에게 그 권력을 돌려드린다는 취지”라고 공약하고 있어서, 누가 당선되든 차기 정부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직접민주주의 강화 공약에 우려를 표했다. 한 전문가는 “국민소환제는 시민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책임정치를 구현하겠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면서도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감정적 동원이 일상화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팬덤정치, 정파적 응징 도구로 기능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지난 총선 ‘비명횡사’ 공천(비 이재명계 공천배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 내 일극체제가 구축된 탓에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 후보는 “정치보복 관행 근절 등 국민통합 추진”을 공약했지만 구체적인 이행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청년이 바라는 대한민국' 정책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불체포특권 폐지 등 특권 끊는 단죄식 해법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10대 공약 중 아홉 번째에 오른 ‘특권을 끊는 정부, 신뢰를 세우는 나라’라는 정치제도의 개혁, 독립적 감사제도 확립 등을 앞세웠다.

 

구체적으로 전 부처, 17개 시·도, 주요 공공기관에 감사원 소속 감사관을 파견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국회 권한 남용에 대한 견제 방안 강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허용,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 후 수사권 검찰과 경찰로 이관, 정치권력을 악용한 수사 및 재판 방해를 금지하기 위한 사법 방해죄 신설도 약속했다. 사법 방해죄는 허위 자료 제출, 증인 출석 방해 등의 경우 처벌하는 형법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공수사권 국가정보원 환원 및 인공지능 방첩 시스템 구축 등도 내세웠다. 또한 간첩법을 개정해 적용 대상을 현행 적국 중심에서 외국으로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그동안 군사상의 기밀에 한정되던 적용 범위도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김 후보의 공약이 민주당 이 대표를 겨냥한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고 지목했다. 한 전문가는 “정치인 단죄 성격의 공약은 결과적으로 입법부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를 약화시킨다”며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활용해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는 포퓰리즘적 정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대공수사권 환원이나 인공지능 방첩 도입은 자칫 정보기관의 중앙집중적 회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효율성 강화, 수직적 권력 될 수도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정부 효율성을 강조하는 방안을 제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대통령 힘 빼고 일 잘하는 정부 만든다’는 주제로 19개 정부 부처를 13개 부처로 통폐합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통합해 교육과학부를, 통일부를 폐지하고 외교부로 업무를 통합한 외교통일부로 재편하겠다고 했다. 또 여성가족부를 폐지해 관련 업무를 복지부와 내무부(행정안전부)로 이관하고 국토교통부·환경부·해양수산부를 건설교통부와 일차산업부로 재편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여기에 안보·전략·사회 분야 3부총리제를 도입하고 대통령실 산하 국가안보실 폐지를 공약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기획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고, 정부기관 효율화를 위해 공수처 폐지,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합해 기능적 효율성 극대화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전문가는 “정부조직 대규모 개편과 3부총리제, 예산기획 권한 이관의 결합은 행정부 내 권한을 수직적으로 재편하는 강력한 권력 설계”라며 “국무총리실과 대통령 중심의 재편은 사실상 준 내각제 권한 재배분을 헌법 개정 없이 우회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과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른 전문가도 “구조 개편이 시민사회와의 협의나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효율성’이라는 기술적 언어를 앞세운 관료주의적 시스템이며 국민주권 확대와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다만 인권위와 권익위 통합, 안보실 폐지와 안보부총리 신설은 업무에 유사한 점이 많고 부처 중심 대응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재외선거 이틀 앞두고 전격 발표된 개헌공약

 

민주당 이 후보는 지난 12일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는 빠져 있었던 개헌공약을 18일에야 발표했다. 재외국민 투표가 시작되기 이틀 전 개헌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 등 정치 원로들의 개헌 요구에 응답하지 않던 후보들이 뒤늦게 개헌안을 제시해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 후보의 개헌공약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 대통령 결선투표제, 대통령 본인·직계가족 관련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제한, 감사원 국회 이관, 비상명령·계엄 선포 국회 통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검찰총장·경찰청장·공수처장 등의 국회 임명 동의제,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게재, 검찰의 영장 청구권 독점 규제 폐지, 지방자치·분권을 위한 헌법기관 신설 등이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시기는 내년 지방선거 또는 2028년 총선으로 잡았다. 그러면 21대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30년부터 적용된다.

 

김 후보 역시 이 후보의 개헌안 발표 6시간 만에 맞불 성격으로 ‘권력 내려놓기 개헌협약’을 제안한다며 21대 대통령 임기 3년 단축, 대통령 4년 중임제, 대통령 불소추특권 폐지, 국회의 권한 남용과 관련한 적절한 견제방안 강구 등을 약속했다. 김 후보는 2028년 총선과 대선을 같이 치르자고 제안한 만큼 국민투표 시기는 총선 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헌법 개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지난 4월 우 의장 등 정치 원로들이 이번 대선과 개헌을 함께 치르자던 제안에는 반응하지 않았던 후보들이 선거를 보름 앞두고 꺼내 든 깜짝카드에 대해선 비판적 의견을 냈다. 한 전문가는 “개헌은 정치 전략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치적 책무”라며 “국민은 개헌 자체보다 왜 지금 그것이 필요한지를 알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통제·행정 중심으론 대통령제 개선 어려워”

 

전문가들은 행정 중심, 통제 중심의 공약으로는 현행 대통령제 문제점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공통적으로 지난 대선에는 포함됐던 다당제 실현을 위한 선거법 개정 등에 관한 공약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연동형 비례제 등 다당제 실현을 위한 여러 약속들이 었었지만 이번 정치개혁 과제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양당 진영 정치가 견고해질수록 갈등은 커진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민국 정치가 가진 지역 불균형 문제, 수도권과 비수도권 양극화 문제에 대한 후보들의 깊은 고민이 없어서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당 민주주의 실현과 관련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다른 전문가는 “당내 민주주의 붕괴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김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논란, 국민의힘에서 비상계엄 이후 보여준 의사결정 과정, 민주당 이 후보의 지난 총선 공천과정 모두 당내 민주주의 시스템 붕괴와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세금으로 정당 보조금을 받는 만큼 정당 민주주의 지수 평가나 의무 시행 등 강제적인 견제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도움 주신 분들>

 

박혜민 정치스타트업 뉴웨이즈 대표,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진수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정책학회, 변호사),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하예 정치공동체 폴티 대표.

 

공동기획 : 공공의창, 한국정책학회

매니페스토특별취재팀=조병욱·장민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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