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현금 배달, 일당 70만원”…고액 아르바이트 현혹된 회사원 징역형 [사사건건]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사사건건

입력 : 2025-05-17 19:00:00 수정 : 2025-05-17 18:05:55

인쇄 메일 url 공유 - +

단순 현금 수거 전달인데 ‘일당 70만원’
더 큰돈 벌 수 있는 ‘코인 전송’ 제안에 덥석
법원, 범죄 몰랐다는 주장 받아들이지 않아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현혹돼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회사원이 징역형을 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동식)는 이달 9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검사나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제안을 받아 ‘수금책’이자 ‘자금세탁책’으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수익금을 수거한 뒤 자금세탁책에게 전달하거나,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가상화폐업자에게 전달하는 식이었다.

 

A씨는 ‘코인지갑 주소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알게 됐다. 처음엔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퀵서비스 배달원으로부터 현금을 수령해서 코인 판매업자에게 전달하는 심부름을 했다. 간단한 일이었지만 일당은 70만원에 달했다. 그러다 코인을 직접 구매해서 조직원이 알려준 전자지갑으로 전송하는 업무 제안을 받았다. 수익이 더 커질 것을 기대한 A씨는 제안을 덥석 받았다.

 

A씨는 같은 조직의 지시에 따라 현금을 전달하려던 B씨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이 조직은 대출을 받으려는 B씨에게 접근해 그의 계좌로 한 외국 회사에서 돈을 보낼 테니 일부를 달러로 환전해 출금한 뒤 A씨에게 전달하면 돈을 빌려주겠다고 속였다. A씨는 올 1월14일 서울 동대문구 한 역 앞에서 B씨로부터 미화 9999달러(약 1466만원 상당)를 건네받고 이를 가상화폐로 전환해 조직에 송금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B씨가 이 지시를 보이스피싱 범죄로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하며 미수에 그쳤다.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직원이 높은 수수료와 비용을 부담해가며 자신과 계속 거래하는 이유를 의심하면서 재차 텔레그램으로 ‘이거 보피(보이스피싱)나 테크(주식리딩방 투자사기)는 아니죠?’, ‘그럼 거래 시 형사들한테 발각됐을 때는 뭐라고 하면 될까요?’라고 물어보기도 한 점”을 지적하며 “피고인은 이미 이 사건 이전부터 자신이 전달받은 돈이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이 있고 자신이 위 범죄에서 이른바 ‘환전책’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게 됐음에도 더 많은 범죄수익을 취득하기 위해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범행으로 나아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과 같이 비대면으로 전달되는 구체적이고 단편적인 지시에 따라 신원불상자로부터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액의 현금이나 외화를 건네받은 뒤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것은 보이스피싱 범행의 전형적인 자금세탁 수법에 해당할뿐더러, 가상자산 장외거래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금 등 불법자금을 세탁하는 용도로 악용되고 있음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고 피고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짚었다.

 

다만 법원은 미수에 그쳐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한 점,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
  • 송지효 '바다의 여신'
  • 김다미 '완벽한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