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 막말 김미나, 형사 재판은 끝났지만 민사 재판은 현재진행형
159명이 숨진 이태원 압사 사고 참사가 발생한 지 925일이 지났습니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시계는 그날로 멈춰 있지만, 아픔과 슬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그 아픔 중 하나가 아마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의 막말이 아닐까 합니다.
김 시의원은 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막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습니다.
“시체팔이 족속들” “나라 구하다 죽었냐” 는 등의 막말부터 “지 새끼를 두 번 죽이는 저런 무지몽매한 애미가 다 있나? 자식 팔아 한 몫 챙기자는 수작으로 보인다. 자식 앞세운 죄인이 양심이란 것이 있는가?”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김 시의원은 엄청난 유명세를 탔습니다.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말이죠. 그 여파는 상당했습니다.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유가족 등으로부터 고발까지 당한 김 시의원은 형사 재판에 정치 생명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김 시의원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유가족의 호소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법원이 김 시의원의 모욕죄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3개월의 선고를 유예했기 때문이었죠.
“법원이 면죄부를 줬다”면서 큰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시의원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을 고려한 판결이었는데, 유가족 어느 누구도 김 시의원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서 진정 어린 사과를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2024년 10월 형사 재판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결이 내려졌고, 며칠 뒤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형사 재판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아직 남은 게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2차 가해를 근절해야 한다”며 2023년 3월 김 시의원을 상대로 4억500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2년여가 지난 이달 14일 변론이 마무리됐습니다.
유가족들은 이에 맞춰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김 시의원을 규탄하고 법원에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김미나의 발언으로 인한 유가족들의 고통은 끝난 것이 아니다. 과거의 일도 아니다”면서 “유가족들에게 사죄의 마음으로 용서를 구하지도,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유가족들은 김미나의 발언 그 자체로 지금까지도 고통 받고 있다”며“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김미나의 잘못과 책임을 제대로 확인받는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막말로 유가족 두 번 죽인 김미나 용서 못해” 유가족 절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재판부에 호소한 글을 정리해봤습니다. 유가족들의 심정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에서요.
고 이승연씨의 어머니 염미숙씨의 글입니다.
“우리 승연이는 결혼 5년 만에 시험관 시술 4번 끝에 와준 귀한 선물입니다. 1.28㎏ 미숙아로 힘겹게 40일을 인큐베이터에서 생과 사를 오가며 버텨냈고 누구보다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으로 24년을 잘 살아왔습니다.
보물보다 더 귀한 승연이는 2022년 10월29일 친구와 이태원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아직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우리 가족은 아직도 그해에 멈춰 있는데…
김미나 말에 의하면 저는 어느 순간 시체팔이 엄마가 되어 있었고, 우리 가족은 자식 팔아 장사하는 가족이 되어 있었습니다.
왜 일면식도 없는 저런 사람 때문에 우리 귀한 승연이가, 제가, 우리 가족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말을 들어야 하고, 트라우마를 겪어야 하는 걸까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김미나도 자식을 둔 엄마이더군요. 어떻게 본인도 자식을 둔 엄마로서 저런 막말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지 그것도 공인인 시의원이라는 지위의 사람이 악마 같은 말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는, 저희 가족은 지금도 승연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미나는 악마 같은 막말을 쏟아내고도 사과 같지 않은 억지사과를 하며 우리 유가족들을 두 번씩이나 죽였습니다.
지금이라도 그에게 합당한 벌을 내려 주시지 아니하면 이 같은 2차 가해는 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것이며, 저는, 우리 가족은 2022년 10월에서 한발자국도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저희 가족과 10‧29 이태원 유가족들이 조금이나마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판사님께서 도와주십시오.”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의 글입니다.
“판사님은 근 3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식을 잃은 분노와 그리움에 울다 지쳐 잠이 든 적이 있으신지요. 식은 밥 먹기도 미안하고 제 목으로 밥이 넘어가는 게 혐오스러워 냉장고에 밀리고 밀려 있던 차고 딱딱한 밥을 울면서 씹어 드셔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두 다리 뻗고 자는 제 자신이 너무 사치스럽게 느껴져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잠을 미루다 해가 뜰 때 겨우 새우처럼 웅크리고 쪽잠을 자 본적이 있으신지요.
이것이 지금의 제 일상입니다. 앞날이 창창한 아이였습니다.
그 사랑스러운 아이를 차디찬 영안실에 넣어놔야 했고, 국가는 제게 한 줌의 뼛가루로 돌려 줬습니다. 이 어미의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그런데 김미나 의원은 제 얼굴 사진을 아무 거리낌도 없이 올려놓고 의도적인 비하와 조롱, 모욕을 주는 언어폭력을 자행했습니다.
사람을 죽이고도 반성문 100장을 쓰면, 피해자 앞이 아닌 법정에서만 뉘우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감형의 대상이 된다는 게 과연 정의인지 묻고 싶습니다.
저를 포함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적도 없으며 저는 김미나를 용서할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판사님께 간청드립니다. 특정 유가족을 낙인찍어 혐오와 조롱을 조장하는 공직자들은 김미나를 마지막으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가 죽어야 그때서야 조치를 취하는 세상이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자식을 잃은 유가족이 진술서를 쓰며 오랫동안 고통을 반추하고 충격을 곱씹으며 또다시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제가 마지막이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김미나와 같은 2차 가해자를 엄히 다스려 자신의 말의 무게를 모르고 가벼운 언행으로 유가족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는 공직자들에게 본보기이자 2차 가해 예방이 되는 선례를 남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재판이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 속에서 헤매고 있는, 힘없고 연줄 없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에게 아직 공감과 정의라는 빛이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기를 이 못난 어미가 간청드립니다.”
이 재판의 선고는 7월2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 재판 결과가 유가족들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을까요? 아마 재판이 끝나더라도 유가족들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일 것 같습니다.
김 시의원의 진심 어린 사과가 있지 않으면 말입니다. 용서도 사과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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