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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치인 유엔 총회 의장 도전에… 러시아, “나치 후예” 어깃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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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17 09:07:40 수정 : 2025-05-17 09: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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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레나 베어보크 전 독일 외교부 장관
할아버지가 2차대전 때 나치 독일군 장교
러시아 “유엔 총회 이끌기에 적합치 않아”

오는 9월 제80차 유엔 총회를 앞두고 독일의 유력 정치인이 의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가운데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의 할아버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 장교로 소련(현 러시아) 군대와 싸웠다는 이유에서다. 올해는 소련의 2차대전 승리 80주년에 해당한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전 독일 외교부 장관. 오는 9월 열릴 제80차 유엔 총회 의장으로 내정된 상태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dpa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최근 아날레나 베어보크(44) 전 외교부 장관을 유엔 총회 의장 후보로 지명했다. 1년 임기의 의장은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총회가 열리는 9월 취임한다. 유엔 총회 의장은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동유럽 △중남미·카리브해 △서유럽·기타 5개 지역 그룹이 돌아가며 1년씩 맡는데 올해는 서유럽 차례가 되었고, 해당 그룹에 속한 국가들이 독일에 의장 배출권을 부여한 것이다.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유엔에서 총회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다만 총회가 열리는 기간 의장은 총회에 상정되는 여러 안건들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권한 등을 통해서 국제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그런데 베어보크가 총회 의장으로 사실상 내정되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가 이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 장교였던 베어보크의 조부 발데마르 베어보크가 동부 전선에서 소련군과의 전투에 참여했다는 것이 이유다. 러시아 측은 발데마르가 아돌프 히틀러 전 독일 총통을 숭배하는 나치 열성 당원이었다는 입장이다. 발데마르가 속한 부대도 그냥 육군 사단이 아니고 악명 높은 SS(Schutzstaffel·친위대) 사단이라고 러시아는 지적한다.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제80주년 전승절 기념 열병식이 열려 전투복 차림의 러시아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투입된 경력이 있는 병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일은 2차대전 말미인 1945년 5월9일 소련이 독알의 항복을 받아낸 것을 기리는 전승절이었다. 러시아는 올해 제80주년 전승절을 맞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세계 20개국 이상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한 열병식을 거행했다. 러시아 측은 바로 이 점을 거론하며 올해처럼 경사스러운 해에 나치의 후손이 유엔 총회를 이끄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논리를 편다.

 

베어보크는 러시아 유엔 대표부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독일군 장교로 2차대전에 참전한 것은 맞으나 히틀러의 열렬한 숭배자는 아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베어보크는 러시아 유엔 대표부를 겨냥해 “역사를 인용하고 싶거든 반드시 올바르게 인용해야 한다”며 자신의 조부를 둘러싼 러시아 측의 모함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유엔 총회 의장으로 당선되면 크고 작은 193개 회원국 모두를 위해 봉사할 것”이라며 “양성 평등, 기후 위기와의 싸움, 유엔의 지속 가능성 목표 달성에 중점을 두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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