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오늘 연락…주말까지 매듭지어야”
16일 오후 “尹이 판단할 부분…당에 맡겨달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여부에 대해 “대선 시국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탈당 여부는 윤 전 대통령이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날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윤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당과 대선 승리를 위해 결단해주실 것을 요청할 것”이라며 탈당을 권고한 김 위원장의 태도가 다소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MBC에 출연해 “어제부로 우리 당의 의지를 보여드렸고, 저희가 탄핵의 강을 넘어갔다고 생각이 든다”면서 “대통령의 결정 여부는 지금 상황에서 이제는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윤 전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당연히 필요하다”며 “이 문제는 저희에게 맡겨주시고 당은 김문수 후보를 중심으로 당의 비전과 새로운 김문수의 대한민국에서 있을 정책 제안들을 집중해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에 대해 ‘데드라인’을 제시하며 비교적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KBS 라디오에서 “주말(18일)까지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면서 “오늘 오후 중 연락을 취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다만 이후 언론 인터뷰와 취재진 질문 등에서 “당에 맡겨달라”는 입장을 반복하면서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그는 이날 서울 선릉역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여부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이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당무에 대한 부분이고, 이건 당이 결정할 문제다. 당은 절차대로 준비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전날 “대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받거나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당원은 당적을 3년 정도 제한하는 방안을 당헌·당규에 제도화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 부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 탈당에 대한 입장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통화 여부를 밝히면 또 기사가 생성될 것이고, 탄핵의 강을 넘어가는 데 국민 여러분께서 오히려 서로를 비판하고 비난할 소지가 있다”면서 “좀 더 저희를 믿고 지켜봐 달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김 후보와 입장차가 있어 조율 중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이 부분은 당무고, 당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위원장인 제가 어제 정중히 말씀드렸고, 조만간 결정이 다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이날 충북 청주에서 거리 유세를 마친 뒤 ‘김 위원장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권유 논의를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당내에서도 윤 전 대통령 거취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양향자 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이 하루 사이에 태세를 바꿨다. 안타깝다”며 “윤심에 투항해선 안 된다”고 적었다. 친한(친한동훈)계 한지아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지금은 우리의 리더로서, 선출된 후보로서 김 후보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출당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위적인 탈당이나 강제 출당은 또 다른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선대위나 당 관계자들이 나서서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김기흥 인천 연수을 당협위원장이 서울 광화문역 앞에서 벌이고 있는 1인 시위 현장을 격려 방문했다. 대통령실 부대변인 출신으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캠프 대변인으로도 활동한 김 대변인은 ‘죄송합니다. 지켜주십시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피케팅을 하고 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선릉역 앞에서 퇴근 인사를 하며 거리 유세를 벌였다. 그는 비를 맞으며 연신 “저희가 잘못했다”, “반성하겠다. 더 잘하겠다”고 사과하며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 이후 김 위원장은 인근의 한 맥줏집으로 자리를 옮겨 직장인들과 ‘펍 미팅’을 갖고 대선과 현안 관련 의견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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