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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팔아 장사한다는 말에 피눈물… 참사 고통 여전”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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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17 17:00:00 수정 : 2025-05-19 00: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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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 손배소 마지막 변론
김미나 시의원 “애미 자신은 뭐했나” 등 페이스북 글
“혐오표현, 사회적 재난 넘어설 수 없게 해”
“일면식도 없는 저런 사람 때문에 나는 어느 순간 자식 팔아 장사하는 엄마가 돼 있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승연 씨의 어머니 염미숙 씨가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을 향해 혐오 발언을 한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에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시의원이라는 지위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저런 악마 같은 말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김 시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마지막 변론 기일이었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문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2차 가해한 김미나 창원시의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유가족에 “자식팔아 한 몫 챙기자는 수작” 페이스북 글 올려

 

김 시의원은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4차례에 걸쳐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사와 관련된 글을 올렸다. 그는 2022년 11월23일 언론에 보도된 유족의 사진과 함께 “자식팔아 한 몫 챙기자는 수작”이라거나 “애미 자신은 그 시간에 뭐 했길래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가”라는 내용을 게시했다. 같은 해 12월까지는 “유족이라는 무기로”, “수위높은 땡깡”, “선 넘는 광기”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하며 유가족과 더불어민주당 등을 비판했다. 이후 김 시의원은 2023년 7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형사재판 1, 2심에서 징역 3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유가족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은 아직도 참사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염씨는 전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딸의 죽음 이후 아들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은 사람 많은 곳이 힘들어 이태원 참사 1주기 행사에도 갈 수 없을 정도였다”라며 트라우마를 안고 1년여가 지나서야 아들이 한 제조업 회사에 일자리를 구했으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상사의 폭언으로 취직 1주일 만에 퇴사해야 했다고 했다. 아들이 새 직장에서 ‘형제 관계’를 묻는 질문에 “쌍둥이 동생을 이태원 참사로 잃었다”고 답하자, 상사 A씨는 “요즘 애들은 죽을 줄 알면서 그런 데를 갔다”고 했고 회사를 그만뒀다. 염씨는 “1년 전 김미나 트라우마가 다시 시작됐다”며 “주변의 위로도 한순간일 뿐 그날(참사)로부터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재난을 지혜롭게 다뤄야 할 공인이 막말로 유가족에 비수를 꽂고 있다”며 울먹였다.

 

김미나 경남 창원시의원이 2024년 10월 15일 모욕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승우 기자

◆“정치인 혐오 발언이 사회 전반에 확산” 지적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상황실장 조인영 변호사는 이러한 정치인의 공개적 혐오발언이 사회 전반에 혐오표현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봤다. 조 변호사는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하는 발언이니 일반인도 당연히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 혐오표현이 범죄행위가 아닌 의견 표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러한 혐오 발언이 유가족의 활동을 축소하려는 의도를 가진 모욕행위”라고 꼬집었다. 김 시의원이 사용한 표현들은 세월호 참사를 조사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보고서에 언급된 유가족 모욕 표현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시체팔이, 시체장사라는 표현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과 진상규명 과정에서 이를 비난하기 위해 사용됐으며, 피해자들이 이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토로했었다”고 했다. 이태원참사특별법 제3조 제2호는 ‘차별받지 아니하고 혐오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필요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법정에서 김 시의원은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유가족들은 이를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8월22일 창원지법 항소심 공판에서 김 시의원은 “깊이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도 언행을 조심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공판 직후 사과 대상을 묻는 취재진에 “주체가 필요합니까”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또 다른 희생자 고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는 “김 시의원이 진심으로 사과한 적도 없고 용서할 마음이 없다”며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3년 3월부터 이어진 손해배상 소송은 14일 마무리됐고 재판부는 7월2일을 선고 기일로 정했다. 김 시의원 측은 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조미은 씨 사진과 함께 올린 게시글은 유가족 전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며, “시체팔이”라는 표현은 민주당을 비판하는 맥락에서 사용해 유가족을 향한 반복적 모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진영·창원=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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