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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TC본더 ‘삼각 갈등’ 풀어…한미·한화와 나란히 계약

입력 : 2025-05-16 23:00:00 수정 : 2025-05-16 20: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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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역폭 메모리(HBM) 필수 제조 장비인 ‘TC 본더’를 놓고 갈등을 빚으며 삼각관계를 형성했던 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과 SK하이닉스가 추가 공급 계약을 타결하며 일부 긴장을 해소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공급업체 다변화 전략을 이어갈 예정인데다 한미반도체가 한화세미텍과 불편한 관계를 완전히 푼 것은 아니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428억원 규모의 HBM용 TC 본더 장비 공급을 맺었다고 16일 공시했다. 한화세미텍도 같은 날 공시를 통해 SK하이닉스에 HBM용 TC 본더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급 규모는 385억원이다. 한화세미텍은 부가가치세(VAT)가 제외된 공시금액이어서, VAT를 포함하면 한미반도체와 수주 규모가 비슷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세미텍의 TC본더 ‘SFM5-엑스퍼트’. 한화세미텍 제공

TC본더는 인공지능(AI) 반도체용 HBM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 때 D램에 열과 압력을 가해 고정하는 공정에 TC본더가 쓰인다.

 

양사의 TC본더 장비는 현재 시장 주류인 HBM3E 12단에 활용되며, SK하이닉스가 청주에 증설 중인 M15X 팹(공장)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는 그동안 시장 1위로써 SK하이닉스에 TC 본더를 독점 공급해왔으나 올해 3월 한화세미텍이 공급망에 뛰어들며 불편한 기류가 형성됐다. 한화세미텍은 올해 3월 SK하이닉스에 두 차례에 걸쳐 각 210억원, 총 420억원에 HBM TC본더를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을 더하면 누적 공급 규모는 805억원이다.

 

한화세미텍이 새로 등장하자 한미반도체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SK하이닉스를 상대로 8년간 동결해 온 기존 장비 가격을 약 28% 인상하고, 그간 무료로 제공해오던 유지보수 고객서비스(CS)를 유료화하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4월말로 예정됐던 SK하이닉스의 추가 공급계약에 이목이 쏠렸다. 두 회사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가 SK하이닉스의 향후 공급업체 전략을 가늠할 지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과 고루 계약을 맺은 것은 특정 업체에 편중되기보다 공급사들을 모두 안고 가며 공급망 다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로써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갈등 1막은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미반도체 입장에서는 서운함을 내세우기보다 한화세미텍과 비슷한 규모로 물량 계약을 맺음으로써 한발 양보한 모양새다. 다만 한미반도체는 한화와의 갈등을 완전히 풀지는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올해 12월까지인 아워홈과의 급식 계약을 7월에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최근 한화가 아워홈을 인수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반도체는 신세계푸드를 급식공급 우선협상자로 선정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가 지난해 말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제기한 TC본더 특허권 침해 소송도 남아 있다.

 

한화세미텍은 올해 2월 한화정밀기계에서 사명을 바꾸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미래비전총괄로 합류해 이끌고 있다. 아워홈 인수도 식음료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김 부사장의 작품이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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