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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띄운 ‘교사 정치활동 보장’…교사 정당 가입 가능해질까? [지금 교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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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17 07:22:42 수정 : 2025-05-17 07: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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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외에는 직무와 무관한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교육 공약으로 ‘교사의 정치활동 자유’를 들고 나왔다.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은 과거 법안으로 수차례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통과하진 못했던 사안이다.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을 주장해왔던 교원단체에선 이 후보의 공약을 환영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학생에게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5개 교원단체와 교사정치기본권찾기연대가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교사노조연맹 제공

◆‘좋아요’ 눌렀다가 고발되는 교사들


1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현재 국가공무원법 65조는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다음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선 안 될 행위에는 ‘타인에게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가입하지 아니하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 밖에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등에 따라 공무원은 정치자금 후원을 할 수 없고, 근무시간 외에도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공무원에 속하는 교사도 모든 정치활동이 금지된다. 교사들은 학교에서는 물론 퇴근 후 개인 일과 시간에도 SNS에 정치 관련 의견을 남기거나 관련 게시물에 반응을 남길 수 없다. 선거 관련 글을 SNS,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전송하거나 특정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4월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SNS에 특정 후보자의 공약·사진이 포함된 이미지 등을 반복 게시한 교사 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2018년에는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글에 ‘좋아요’를 누른 교사가 검찰에 고발당한 일도 있었다.

 

◆교사들 “정치활동 제한 과도”

 

교사 사이에선 정치적 활동 제한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생은 만 16세부터 정당가입이 되고 만 18세에 피선거권도 가지게 되는데, 정작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치적 금치산자’란 자조적 이야기도 나온다.

 

경기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정치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개인 SNS 활동조차 제한받는 것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무심코 ‘좋아요’를 눌렀다가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서 요즘 같은 선거 기간에는 아예 SNS를 잘 안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사 B씨는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정치란 무엇인지, 정치적 기본권 등에 대해 배우는데 교사는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교사의 정치활동 문제는 또다시 이슈가 됐다. 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5개 교원단체는 최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교사는 정치적으로 침묵할 것을 강요받아왔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권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박탈한 결과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서 교사는 철저히 배제됐고, 그 피해는 교육의 질 저하와 정책 신뢰도 붕괴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시민을 양성해야 할 교사가 스스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구조는 교육의 본질을 훼손한다”며 “정치적 중립은 학교 안, 교육활동 중에만 적용되어야 하며, 학교 밖에선 교사도 평범한 시민으로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교사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보장 ▲정치후원금 기부 자유 허용 ▲정당 가입 허용 ▲피선거권 인정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후보들은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당선 즉시 관련 법률 전면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 교원단체인 교원단체총연합회도 대통령 후보에게 바라는 ‘10대 교육 공약 과제’ 중 하나로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을 제시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교육이 정치에 휘둘린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교원에게 정치기본권이 없고, 이 때문에 교육 입법과 정책 결정의 주체가 아닌 단순 이행자로 취급됐기 때문”이라며 “유·초·중등 교원도 교수처럼 교육감 선거 등 공직선거에 사직 없이 출마할 수 있도록 하고, 정치후원금 기부 등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 정치활동 보장’ 약속한 이재명 후보

 

교사들의 이런 목소리는 이 후보의 대선 공약에 들어갔다. 이 후보는 스승의날인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육정책 공약 8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도 담겼다. 이 후보는 “(교사들이) 근무시간 외에는 직무와 무관한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해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회복하겠다”며 “선생님도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하게 존중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이 실제 공약에 포함되면서 교사 사이에선 이번엔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 문제는 과거 몇 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이번 정부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 등이 교사·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하지 않는 선에서 국민으로서의 정치권 권리를 행사하도록 보장하는 ‘교사·공무원 정치적 기본권 보장 4법’을 대표 발의했으나 통과하지 못했다.

 

교원단체들은 교사의 정치활동 보장은 ‘세계적 추세’라 주장한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앞서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 정부에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권고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2019년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법 개정을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다만 교사들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일각에선 우려 목소리도 높아 실제 추진에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중학교 학부모 C씨는 “만약 어떤 선생님이 주말에 집회를 다녀오고 평소 SNS에 정치 관련 글도 많이 남긴다면 학부모 입장에선 걱정이 될 것 같다”며 “그런 활동을 제한하지 않으면 수업시간에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기가 쉬워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D씨도 “어린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니 선생님들은 다른 직업보다 정치 관련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 않나”라며 “퇴근 시간에도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제한이 수업시간에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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