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이용해본 국내 소비자 10명 중 5명은 구매 후 상품 품질과 긴 배송기간 때문에 불편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절반 가량은 향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16일 내놓은 ‘중국 유통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한 3가지 이유를 물은 결과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응답자의 75.1%, 테무는 71.6%가 ‘가격이 저렴해서’를 꼽았다. 이어 ‘다양한 상품을 찾을 수 있어서’ ‘정기할인 및 프로모션 때문에’ 순으로 조사됐다. 쿠팡은 같은 질문에 ‘배송이 빨라서’가 74.1%로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는 3개월 내 알리, 테무, 쿠팡 등을 써본 적이 있는 20∼69세 국민 1235명을 대상으로 올해 1월 이뤄졌다.
알리와 테무를 이용한 응답자들은 구매 전에는 ‘질 낮은 상품’(66% 이상), ‘개인정보 및 결제정보 보안’과 ‘반품 및 환불 과정의 불편’ 등을 걱정했다. 쇼핑 후 실제 불편했던 점은 알리의 경우 ‘긴 배송기간’(52.9%), ‘상품의 품질 문제’(44.9%), ‘부정확한 제품 설명’(38.1%) 순으로 지적됐다. 테무 역시 ‘상품의 품질 문제’(54.3%), ‘긴 배송기간’(48.4%), ‘부정확한 제품 설명’(40.3%)이 불편사항으로 꼽혔다. 반면 쿠팡은 ‘불편했던 점 없음’이 46.5%로 가장 높았다.
중국과 한국 온라인 쇼핑몰을 비교했을 때 응답자들은 국내 쇼핑몰이 품질은 좋지만, 유사한 품질일 때는 중국이 더 저렴하다고 봤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응답자의 54.8%가 ‘가격이 높더라도 품질 이나 신뢰도가 높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32.4%는 ‘중요한 상품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 그 외에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한다’, 23.2%는 ‘가격이 저렴해서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쇼핑 전 상품 품질이 보장되지 않을 때 최대 지불할 의향이 있는 금액대로는 알리, 테무, 쿠팡 모두 5000~1만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향후 알리·테무를 이용할 의향에 대해서는 54.4%가 ‘없다’, 45.6%는 ‘있다’고 답해 절반씩 나뉘었다. 중국 쇼핑몰을 이용할 의향이 있는 이들의 절반(45.1%)은 ‘저가 제품은 품질도 낮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32.1%는 ‘저가 제품이 가격 대비 품질은 좋다’라고 여겼다.
알리와 테무에서 산 상품에 문제가 있거나 불만족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60.7%나 됐다. 이들은 불만족한 경험에 대해 ‘그냥 지나갔다’(44.5%)고 했다. 15.5%는 고객 서비스에 문의했으나 해결하지 못했다. 이런 경험이 모여 알리·테무 이용 후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비율은 39.1%로 높아진 비율(15.8%)의 2배 이상이었다.
보고서는 향후 중국 플랫폼의 침투가 국내 물류, 유통, 제조, 플랫폼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구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은 단순한 전자상거래를 넘어 제조부터 물류, 판매, 배송까지 아우르는 수직적 통합 모델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물류 분야에서는 알리가 국내에 대규모 자체 물류망을 구축하면서, 기존 국내 물류기업의 점유율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 중국 플랫폼이 물류 주도권을 확보하면 국내 인프라가 하도급화되거나 플랫폼 종속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아울러 중국산 초저가 제품이 소액 면세 기준을 활용해 국내에 대량 유입되면 국내 중소 유통업체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국내 중소 제조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의류, 생활용품, 소형가전 등 주요 소비재 분야에서 중국 플랫폼이 제공하는 빠른 제품 회전율과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로 인해 내수 기반 제조업체들이 생존을 위협 받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공동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 전반도 중국 기업의 영향력 확대가 우려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사용자 편의성과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앞세운 중국 플랫폼들은 국내 소비자의 이용 습관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국산 플랫폼은 기술력과 물류 효율성,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상대적 열세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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