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미·중 무역전쟁에도… APEC 만장일치로 “다자주의 지지”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5-05-16 22:00:00 수정 : 2025-05-16 20:24:27

인쇄 메일 url 공유 - +

APEC 통상장관회의, 공동선언문 채택

제주에서 이틀간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통상장관회의 결과 21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공동성명서가 채택됐다. 에이펙 회원국들은 세계무역기구(WTO) 기능 회복과 다자무역체제를 다시 강조했다.

 

이번 회의 의장을 맡은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공동선언문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정 본부장은 “이번 합의문의 중요 키워드는 ‘규범에 기반한 다자체제에 대한 지지’”라며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협의체가 통상에서 뜻을 모았단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통상장관회의 결과 21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공동선언문에서 회원국들은 크게 △다자무역체제를 통한 연결: WTO △무역원활화를 위한 혁신: 통상을 위한 AI(인공지능) △지속가능한 무역을 통한 번영: 공급망 세 가지 주제에 합의했다. 공동선언문을 통해 “에이펙 회원들은 근본적인 도전과제에 직면한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며 무역 이슈 진전을 위해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법적 토대를 제공해온 WTO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WTO가 현대 통상 이슈 논의를 심화하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기업 친화적인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에이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보이며 사실상 다자무역체제가 종식됐다는 평가가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1947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가트) 체제를 출범시키고 1995년 WTO를 설립하면서 자유무역주의를 꾸준히 강화, 세계경제의 기본 원칙 중 하나로 삼아왔다.

 

에이펙 회원들은 WTO 기능에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고 오늘날 통상 현실에 맞게 WTO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데에 공감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제14차 WTO 각료회의(MC-14)까지 관련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정 본부장은 “WTO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에이펙 같은 역할을 하는 국제조직이 없다”며 “에이펙이 유일하게 세계경제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범지역적인 노력을 추구했고, 에이펙에 포함된 미국·중국·일본·한국·다른 아시아 국가들·호주·뉴질랜드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모멘텀을 이번 통상장관회의를 통해 형성했다는 데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0월 말 예정된 에이펙 정상회의를 통해서 정상들 간 합의가 도출되면 실현가능성 높은 구체적 조치들이 강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한 상태에서 이번 공동선언문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일방주의 기조가 변한 것은 아니다. 미·중은 이번 회의에서도 공동성명서 표현을 두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은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는 뜻을 보인 반면, 미국 측은 이런 내용이 반영되는 것에 반대하며 최종 합의문이 나올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회의 시작부터 “세계 통상 질서를 보는 시각에 입장 차이가 있었다”고 정 본부장은 전했다. 그는 “이날 오전 마지막 세션까지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고 40분 정도 휴식시간을 가졌는데 이 사이 각국 장관들이 본국과 연락하고 통상팀 내부에서도 협의하면서 선언문 (채택에)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이 시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돌아봤다. 

 

정 본부장은 “앞으로 해결할 건 많다”면서도 “이러한 (공동) 입장이 있고 없고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관세 정책 등으로 타결에 어려움이 컸는데 통상장관회의부터 합의가 끊기면 10월(에이펙 정상회의)에 이를 맞이하기는 무척 어렵다”며 “세계 어느 나라나 규범에 기반한 질서 있는 무역이 필요하고 우리로서도 그래서 우리 경제를 위해서라도 선언문이 꼭 나와야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나머지 20개 국가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통상 분야에서도 AI 역할이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이번 회의에서 ‘AI통상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관세·통상 행정에서 AI 도입을 확대하고 회원 간 상이한 AI 정책에 민간 이해도를 제고, AI 표준 및 기술 정보를 교환하자는 제안이다. 또 공급망 재편과 기후위기 대응이란 도전 과제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역내 협력을 강화하기로 회원들 간 지지를 확보했다.


서귀포=박유빈 기자 yb@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
  • 송지효 '바다의 여신'
  • 김다미 '완벽한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