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기업 엔비디아가 중국 상하이에 연구개발(R&D) 센터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연이은 AI 칩 수출 규제에 대응해 ‘중국 시장 맞춤용’ AI칩을 중국 현지에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복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상하이를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궁정 상하이 시장과 만나 이같은 계획을 논의했다. 상하이 R&D 센터는 중국 고객이 원하는 특정 요구사항과 중국의 규제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요구사항을 연구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지식재산권 이전과 관련한 법적 민감성 때문에 실제 핵심 설계와 생산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상하이 R&D 센터는 칩 설계 검증, 기존 제품 최적화, 자율주행 같은 분야별 중점 연구 등 엔비디아가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하는 R&D 프로젝트에는 참여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상하이 정부는 엔비디아의 R&D 센터 건립 계획에 대해 잠정적인 지지를 보였으며,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에 승인을 얻고자 로비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는 현재 상하이에 직원 약 2000명을 두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영업과 영업 지원 관련 인력으로 R&D 기능은 중국에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미 정부가 연이어 AI 칩에 대한 대중 수출을 제한하자 중국시장 맞춤형 칩 제작을 위해 R&D센터 설립까지 추진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AI 경쟁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최첨단 AI칩인 H100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여기에 규제에 대항해 성능을 낮춘 중국 수출용 칩인 H20마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수출을 제한했다. 이런 연이은 수출 규제에 지난해 중국에서만 회사 전체 매출의 14%에 해당하는 약 17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엔비디아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이번 R&D 센터 건립 추진은 미국의 규제에도 엔비디아가 중국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황 CEO도 최근 미 정부의 수출 규제가 결과적으로 중국에만 이익이 될 것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주 한 경제 관련 행사에서 “우리가 (중국)시장에서 완전히 떠나면 다른 누군가가 뛰어들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컨대 화웨이는 매우 강력한 기업이다. 그들이 뛰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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