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무산된 러·우크라 평화협상이 실무단간 협상테이블조차 열지 못하며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측 협상단 수석대표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레믈궁 보좌관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내일 아침 정확히 오전 10시(한국시간 16일 오후 4시)부터 우크라이나 측이 회담을 위해 도착하길 기다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 대표단은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우크라이나와 조건 없는 양자 회담을 하려고 오늘 이스탄불에 도착했다”고 강조했다.

16일 오전 10시라는 회담 예정 시간이 우크라이나측과 협의된 일정인지, 러시아측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실제로 회담이 시작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러시아는 하루전에도 15일 오전 10시 회담이 시작된다고 발표한바 있지만 우크라이나측이 “회담 시작은 계획되지 않았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결국 회담도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중재국인 튀르키예 외무부의 온주 케젤리 대변인이 “16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직접 대화가 성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아직 협상 성사 가능성은 아직은 남아있다.
다만,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실효성 있는 성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거의 사라졌다. 주요 외신들은 이미 이번 평화협상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는 ‘보여주기’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휴전을 바라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이번 대화가 2022년 중단된 평화협상의 연장선에 있으며 ‘장기적 평화 구축’이 목표라고 말해 사실상 휴전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담이 미국과 유럽 등을 향한 기만술일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의 경고성 발언이 나올 때마다 ‘30시간 휴전’이나 ‘72시간 휴전’ 등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번 역시 종전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일 수 있다는 뜻이다.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튀르키예를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앙카라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불행히도 (러시아는) 이번 협상에 충분히 진지하지 않다”고 기대를 접은 속내를 밝혔다.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우리 대표단을 이스탄불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자신은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평화협상 중재를 위해 튀르키예를 찾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안탈리아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전쟁 종식)에 대해 소통할 때까지는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현재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협상의 상황을 “정체” 국면으로 표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만이 그것을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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