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바람의 손자’ 이정후(27)는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 최고의 교타자로 군림했다. 신기에 가까운 컨택 능력과 배트 컨트롤로 안타 생산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KBO리그에서 7시즌 뛰면서 기록한 통산 타율 0.340(3476타수 1181안타)은 3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 중 단연 1위였다. 여기에 정교한 선구안으로 삼진 304개를 당하는 동안 얻어낸 볼넷이 무려 383개일 정도로 좀처럼 삼진을 당하지 않는 선수였다.
다만 KBO리그에서는 장타력은 그리 돋보이지 않았다. 7시즌 동안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것은 2020년의 15홈런, 2022년의 23홈런 등 두 차례에 불과했다. 큰 타구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정확히 맞혀 안타 생산에 주력했다는 얘기다.

KBO리그를 평정하고 빅리그에 진출한 이정후는 타격 매커니즘이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삼진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큰 타구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진(22개)이 볼넷(11개)에 비해 2배 많아졌지만, 전체 안타에서 2루타 이상의 장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장타에 대한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는 이정후가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냈다. 이정후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5 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서 4-8로 뒤진 7회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전날 7-4로 앞선 8회에 쐐기 3점포를 때려냈던 이정후는 두 경기 연속 대포를 가동하며 시즌 6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정후의 홈런으로 추격전을 개시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7-8로 분패했다.

지난해 MLB에 데뷔한 이정후가 2경기 연속 홈런을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후는 2024시즌에는 홈런 2개를 기록했고, 올해 6개를 담장 밖으로 보냈지만 2경기 연속 홈런은 없었다. 지난달 뉴욕 양키스와의 3연전에서 홈런 3개를 몰아쳤지만, 3연전 첫 경기에서 홈런 1개,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 2경기 연속 홈런은 아니었다.
13,14일에 4번 타자로 출장했다가 이날 다시 3번 타자로 복귀한 이정후는 첫 세 타석에서는 범타로 물러났다. 7회 선두타자 윌머 플로레스의 안타로 만든 무사 1루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상대 투수 라인 넬슨의 4구째 시속 138㎞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중간 담을 넘겼다. 비거리는 120m, 타구 속도는 시속 163.7㎞였다. 이정후는 전날에 이어 오른쪽 외야에 7.3m짜리 높은 담을 넘겼다.

6-8로 뒤진 9회 선두타자로 등장한 이정후는 애리조나 마무리 셸비 밀러를 상대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이날 경기를 5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마쳤다. 시즌 타율은 0.288에서 0.286(168타수 48안타)로 다소 떨어졌지만, 홈런 덕분에 OPS는 0.805에서 0.812로 올랐다.

전날 애리조나를 10-6으로 꺾고 4연패를 끊었던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패배로 애리조나와 3연전을 1승 2패로 마쳤다. 9회 이정후의 범타 이후 1사 만루 기회를 잡은 샌프란시스코는 마이크 여스트렘스키의 삼진에 이어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 차까지 추격했으나 크리스천 코스가 중견수 플라이로 잡혔다. 샌프란시스코는 하루 휴식 후 17일 애슬레틱스와 3연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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