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로부터 치료비 지급이 중단되자 40년간 돌봐온 장애아들을 살해한 부친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왕해진)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4)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 조건에 대한 변화가 없어 피고인과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이전까지 39년이 넘도록 피해자를 보살폈고, 피해자의 장애 정도 등을 고려하면 통상적인 자녀 양육에 비해 많은 희생과 노력이 뒤따랐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슴 아픈 사정과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자가 겪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인간 생명의 존귀한 가치 역시 피고인의 형을 정함에 있어 깊이 고민하고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2023년 10월 대구 남구의 자택에서 1급 뇌 병변 장애를 앓던 아들 B(38)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들을 장애인보호시설을 보내지 않고 돌본 그는 교통사고로 다리 근육이 파열되고 발가락이 절단돼 후유증에 시달린데다 보험사로부터 ‘더 이상 치료비를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자 극심한 우울증을 앓다 B씨를 살해한 후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경제적 어려움이 부른 이번 사건에 대해 A씨 가족뿐 아니라 관련 장애인 가정 지원 단체 등은 재판부에 선처를 탄원했다. A씨가 지난 시간 장애아들을 힘들게 돌봐온 점 등을 참작해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피해자의 유족이자 가해자의 아내는 법정에서 “이 사람(A씨) 정말로 우리 아이 키우면서 애 많이 먹었다”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재활치료를 계속 맡겨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너무 정말로, 너무너무 힘들게 아이를 키웠다. 저는 아파서 아이를 돌볼 수 없었다. 자기 죽으면 이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불쌍하게 살았던 사람”이라며 눈물로 선처를 탄원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가족과 단체 등의 탄원을 일부 받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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