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골프계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하나있다. 바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30·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 대회 도중 경찰에 체포된 일이다. 셰플러는 당시 PGA 챔피언십 2라운드에 출전하기 위해 루이빌의 발할라 골프클럽으로 가던 중 도로 진입을 막는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골프장 인근 도로에서 한 남성이 셔틀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결국 셰플러는 유치장에서 ‘머그샷’까지 찍고 풀려나 겨우 2라운드에 출전했고 공동 8위로 PGA 챔피언십을 마무리했다. 셰플러는 이 대회에 앞서 5개 대회에서 우승 4번, 준우승 1번을 차지했고 특히 직전 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RBC 헤리티지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펄펄 날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 사건만 없었더라면 우승도 가능했기에 셰플러로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더구나 셰플러는 4가지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셰플러가 15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클럽(파71·7626야드)에서 개막하는 제107회 PGA 챔피언십에 출전해 이 대회 첫 우승에 도전한다. 개인 통산 14승을 기록 중인 셰플러는 메이저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했는데 2022년과 지난해 마스터스에서만 트로피를 들어 올렸을 뿐 나머지 3개 메이저 대회(PGA 챔피언십, US오픈, 디 오픈) 트로피는 아직 수집하지 못했다. 셰플러는 지난해 시즌 7승을 쓸어 담고 파리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면서 오랫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을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샷감은 아주 좋다. 올해 9개 대회에 출전해 6차례 톱10을 기록했고 나머지 3개 대회도 25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을 만큼 견고한 성적을 내고 있다. 타이틀 방어전에 나섰던 올해 마스터스에서는 4위에 올랐고 2주 전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시즌 첫승을 거둬 PGA 챔피언십 첫 제패를 위한 예열을 마쳤다.
이처럼 셰플러의 예리한 샷감이 살아나면서 이번 대회 관전포인트는 셰플러와 세계 2위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의 맞대결로 모아진다. 매킬로이는 올해 골프 인생 최고의 해를 맞고 있다. 지난달 마스터스를 제패하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역대 6번째로 2011년 US오픈, 2012년과 2014년 PGA 챔피언십, 2014년 디 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뒤 11년의 도전 끝에 그토록 바라던 마스터스를 제패해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더구나 PGA 챔피언십은 매킬로이가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두 차례 우승한 대회다. 특히 올해 대회가 열리는 퀘일할로 클럽은 그의 ‘텃밭’이나 나름 없다. 매킬로이는 이곳에서 열린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네 차례(2010, 2015, 2021, 2024년)나 우승했다. 코스를 훤히 꿰고 있는 만큼 매킬로이가 좀 더 유리해 보인다. 매킬로이도 지난주 열린 트루이스트 챔피언십에선 공동 7위에 올라 PGA 챔피언십을 앞두고 샷감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 남자 골프 4대 메이저 대회 사상 최다 언더파, 최소타 신기록인 21언더파 263타로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린 잰더 쇼플리(32·미국)는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또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는 조던 스피스(32·미국)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통산 18승을 기록 중인 그는 2015년 마스터스와 US오픈, 2017년 디 오픈을 제패했다.

LIV 골프 소속 브라이슨 디섐보(32·미국)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그는 최근 인천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에서 우승했고 올해 마스터에서도 선두 경쟁 끝에 공동 5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는 임성재(28), 김시우(30), 안병훈(35·이상 CJ), 김주형(23)이 출전해 상위권 진입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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