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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열발전사업 과실로 지진 촉발, 입증 안 돼”

입력 : 2025-05-14 06:00:00 수정 : 2025-05-13 21: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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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2심 “국가 책임 없다”

원고 일부 승소→ 패소 ‘180도’
재판부, 발전사업 참여사들의
전문성 기반 부지선정 근거 들어
시민단체 “고법 판결 강력 규탄”

13일 경북 포항 지진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항소심 법원이 1심 재판부 판단을 깨고 피고 측 손을 들어준 것은 정부가 진행한 지열발전사업과 지진 발생 간 뚜렷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포항지진에 따른 주민 피해를 국가가 배상할지에 대한 소송에서 재판부는 지열발전소 추진 과정의 과실을 따져본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대구고법 정문에서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포항지진 관련 항소심 패소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고법 민사1부는 이날 포항 지진 피해 시민 111명이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포항 지진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2심 재판부는 감사원 등 조사에 따라 지열발전사업에 참여한 기관들 일부 업무에서 미흡한 사항이 지적됐지만, 이는 사후적인 감사·조사에 따른 것으로서 민사상 손해배상 요건과 다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대법원 판례를 들어 민사상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위해선 포항 지진을 촉발한 과실이 존재했는지, 양자 간 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됐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부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를 토대로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사업 진행으로 영향을 받아 촉발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원고 주장처럼 사후 지적된 업무 미흡 사항들로 지진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지열발전사업에 참여한 넥스지오 등이 충분한 조사와 자문을 거쳐 연구 부지를 선정한 점 등을 들었다.

 

아울러 넥스지오를 포함한 관련 업체들이 수리자극(물을 암반 내에 고압으로 주입해 틈을 만들거나 넓혀 암반의 투수율을 증가시키는 작업) 과정에서 물을 강한 압력으로 주입하거나, 계획보다 많은 양의 물을 주입한 것이 포항 지진을 촉발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넥스지오 등이 수리자극 이전에 미소진동(지각의 약한 흔들림 현상) 관리방안을 수립한 것이 부당하게 늦었다고 보기 어렵고, 수립한 관리방안 내용도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할 때 부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법원 판단이 뒤집히자 ‘포항 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등은 이날 대구고법 정문 앞에서 “50만 포항시민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한 고법 판결, 강력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범대위가 즉시 상고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강덕 포항시장과 김정재·이상휘 국회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시민 상식과 법 감정에서 크게 벗어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포항=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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