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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전까진 모르는 음식의 맛… 직관에 감성 더하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입력 : 2025-05-17 11:00:00 수정 : 2025-05-17 10: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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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 이준호 셰프

대학 자퇴하고 떠난 요리 유학길
다양한 경험 바탕 한계 뛰어넘어
운영중인 ‘저저’는 무국적 국밥집
익숙한 돼지국밥과 분조헤오 일품
미나리·산초기름 조화로 뒷맛 깔끔
“개성 가득 자신만의 메뉴 선보일 것”

저저의 이준호 셰프를 만났다. 어린 시절 무료급식봉사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 성장한 이 셰프는 천안에서 요리 체험을 한 뒤 요리의 세계에 푹 빠지고 말았다.

 

이준호 셰프

이에 15살에 천안의 요리학원에서 전국기능대회 금메달을 목표로 요리를 시작했고, 병천고등학교 조리과에서 공부하면서 충남기능대회에 출전해 3위를 두 차례 수상했다. 충남에서 인정받았다고 생각한 이 셰프는 2년 동안 충남도 대표로 전국대회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요리에 대한 재미를 놓지 못해 대학교를 조리과로 진학했다.

배움에 대한 기대가 컸던 이 셰프는 대학에서 이미 고교 때 배운 내용을 또 가르치자 그만 흥미를 잃고 자퇴했다. 이후 24살에 한남동 프렌치 비스트로에서 일하다 호주 멜버른으로 요리 공부를 떠났고 그곳에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친구들을 만나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간을 만들었다.

 

이 셰프는 현재 국밥집 저저를 운영한다. ‘흑백요리사’에 흑수저 셰프로 출연했던 그의 무국적 식당이다. 이태원에서 중동풍 이색 버거 전문점 ‘더티스낵’ 등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익숙한 돼지고기 요리에 이국적인 터치를 입혀 선보이고 있다. 국밥집은 저녁에 ‘고르도’라는 브뤼 카바 바로 운영된다. 제공하는 메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낮과 밤 모두 방문해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낮에는 돼지국밥과 분조헤오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돼지육수 쌀국수를 내놓는다. 저녁의 고르도는 이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들로만 선보인다. 따라서 이 셰프의 스타일이나 감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고기국수

저저의 돼지국밥은 내장을 넣고 끓이지 않아서 특유의 냄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돼지국밥을 못 먹는 사람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맛이다. 미나리, 산초 고추기름으로 마무리하는데 미나리는 돼지고기와 합이 좋고 마지막까지 남는 돼지고기의 냄새도 모두 씻어준다. 산초 역시 깔끔한 마무리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이국적인 풍미를 더한다. 충남 병천에서 학교를 다닌 이 셰프는 돼지국밥의 육수는 충청도식으로 만들며 고명은 경상도식을 사용한다.

돼지쌀국수는 이 셰프가 베트남에 여행을 갔을 때 분조헤오를 먹고 한국식으로 풀어낸 메뉴다. 삼겹살과 다양한 돼지 부속까지 푸짐하게 담은 고기쌀국수에 고수와 레몬즙을 더한 퓨전 요리다. 제주도 고기 국수를 연상시키는 익숙한 풍미로 다가오다가 조금씩 색다른 향미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마지막에는 잘 어우러진 깔끔한 맛이 약간의 여운만 남기며 사라진다. 작은 한 그릇 식사 메뉴지만 여러 요소로 구성된 복합적인 맛의 레이어를 섬세하게 설계해 담아냈다.

돼지쌀국수

이 셰프의 요리 철학은 아이러니하게도 더럽다는 뜻의 ‘더티(dirty)’다. 요리를 예쁘게 만들면 ‘예쁘다’는 마음이야 들겠지만 ‘맛있다’는 느낌은 먹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직관적으로 맛있게 보이려면 요리는 좀 흐르고 넘치고 풍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흐르고 넘치는 것들이 일종의 더티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손님들이 이를 보며 환호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더티라는 키워드를 자신의 요리와 스타일에 접목해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이 셰프는 어떻게 보면 기존의 셰프들과는 다른 마인드와 철학을 지녔다. 그는 자신처럼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고 자신만의 개성이 가득한 메뉴를 선보이는 요리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물론 새로 등장하는 셰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다양한 요리를 보여주며 눈으로 먹는 요리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지녔다. 최근 이 셰프는 쇼트폼 콘텐츠를 만들어 자신의 계정에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다른 젊은 셰프들에게 자신의 콘텐츠가 자극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미슐랭 스타 등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더티는 맛있다’가 새로운 단어가 되기를 기대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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