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식문화 시장에서 눈에 띄는 두 가지가 있다. 버번 위스키와 프라이드 치킨이다. 둘은 각기 다른 형태의 음식이지만, 지금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수입과 매출 모두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버번 위스키의 국내 수입금액은 2019년 약 1억5393만달러에서 2023년 약 2억5957만달러로 약 69% 증가했다. KFC 코리아는 2024년 매출 292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5.7배 늘어난 164억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미국 켄터키주가 원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켄터키’일까?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연결이 있을까?
버번 위스키와 프라이드 치킨 모두, 그 뿌리는 유럽 왕조와 미국 개척사에서 출발한다. 버번이라는 이름은 프랑스의 부르봉왕조에서 유래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가 루이 16세의 명으로 미국을 지원했고,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켄터키 지역에 ‘버번 카운티’라는 도시가 생겼다.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증류주가 바로 버번 위스키의 시작이라고 전해진다. 프라이드 치킨에도 프랑스 왕정의 흔적이 있다. 앙리 4세는 “모든 국민이 일요일마다 닭고기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상을 말하며 닭고기를 국민의 식탁으로 끌어올렸다. 비록 이 발언은 법령은 아니었지만, 닭고기는 이후 서민과 평등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버번 위스키와 프라이드 치킨은 옥수수라는 곡물 자원으로도 연결된다. 버번 위스키는 연방법에 따라 옥수수 51% 이상을 원료로 사용해야 하며, 프라이드 치킨의 주재료인 육계 품종 역시 사육 과정에서 옥수수를 주된 사료로 먹는다. 이처럼 두 제품은 겉보기엔 다르지만, 미국 남부의 농업 기반이라는 공통된 생태계에서 자라난 식문화의 일부다.
두 식문화의 기원에는 스코틀랜드계 이민자들의 기술 전파가 있다. 그들은 18~19세기에 미국 남부로 이주하며 고향에서 쓰던 증류기술을 버번 위스키 생산에 응용했다. 흥미롭게도 후라이드 치킨도 스코틀랜드에서 왔다고 보고 있다. 미국 작가 존 F 마리아니가 1983년에 발행된 ‘미국 음식 및 음료 백과사전’에서 해당 조리법이 영국에서 왔다고 주장한 것이다. 여기에 노예제도가 아직 존재했던 시절, 오븐조차 없던 아프리카계 노예들은 주인이 버린 닭의 부속 부위와 남은 재료를 기름에 튀겨 먹으며, 향신료와 염지 기술을 더해 지금의 치킨 조리법을 만들어냈다. 이 음식은 시간이 지나 백인 농장주의 식탁에도 올랐고, 노예제 폐지 이후에는 남부 가정요리이자 ‘솔푸드’의 상징으로 확산됐다.
결과적으로 버번 위스키와 프라이드 치킨은 스코틀랜드와 프랑스, 미국 남부라는 서로 다른 뿌리에서 자라났지만 억압과 생존의 역사 속에서 이어져온 지혜이자 문화적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정치가 혼란스럽고 마음 복잡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바삭한 프라이드 치킨과 탄산과 얼음이 가득한 위스키 하이볼 한 잔으로 마음을 달래볼까 한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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