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내용을 엿들을 목적으로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사무실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한 회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송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9월 14일 오전 10시부터 약 6시간 동안 광주 서구 5·18부상자회 회장실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다른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불법 녹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제삼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녹음기에는 부상자회 인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회의 내용이 녹음됐는데, 한 참석자가 의자와 의자 사이에 끼워져 있던 기기를 발견하면서 발각됐다.
공법단체인 5·18부상자회는 당시 정부 보조금을 두고 내부 고소를 이어가는 등 내홍을 겪고 있었다.
재판부는 “타인 간의 공개되지 않은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 다만, 범행이 중간에 발각됐고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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