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조사 분야별 1위 공약은
정치 ‘양극화 해소’ 사회 ‘지방소멸’
복지 ‘저출생 극복’ 청년 ‘고용 확대’
후보들도 앞다퉈 ‘경제’ 목청
이재명 ‘AI’ 김문수 ‘경제 패키지’
이준석 ‘정부 개편’… 머스크 닮은꼴
6·3 대통령 선거가 22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권자들은 정치적 선명성보다 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위기와 고착화된 내수 둔화 등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주요 후보들의 10대 공약을 통해서도 이 같은 지향점이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권자 절반 이상 “경제정책 최우선”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선후보들이 제출한 10대 공약은 12일 오후 공개될 예정이다. 그동안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이 발표한 1호 공약을 살펴보면 인공지능(AI)·반도체 지원, 경제 활성화 등 대체로 경제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권자들도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최우선 정책과제로 경제를 꼽았다. 세계일보가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와 함께 지난달 15∼16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ARS휴대전화 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제21대 대선 매니페스토 특집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7.3%가 차기 정부 중점 과제로 ‘경제·일자리’를 선택했다. 이는 2017년 3월 19대 대선을 앞두고 세계일보와 공공의창이 실시한 조사 당시 응답률인 36.7%보다 20.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정책이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며 “왜 성장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질문이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사에서 차기 정부 경제분야 중점과제로는 경기회복(42.9%)이, 정치 분야에선 정치적 양극화 해소 및 협치강화(37.4%)가 지목됐다. 사회 분야에선 지방소멸(47.2%), 복지 분야에선 저출생(42.5%), 미래세대 중점과제로는 일자리 확대 및 직업훈련 지원(39.8%), 외교·안보 중점과제로는 한·미동맹 강화(54.24%), 남북관계에선 남북대화 및 경제협력 재개(36.6%)가 1순위로 꼽혔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분배보다 성장 내세운 李
후보들은 앞다퉈 ‘AI’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는 경제 우선 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술 우선 정책으로 진보한 것으로 읽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첫 현장 행보로 AI스타트업을 찾아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 후보는 “AI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며 이를 통해 전 국민이 AI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뒤에는 “압도적 초격차·초기술로 세계 1등 반도체 국가를 만들겠다”며 반도체 특별법 제정, 반도체 분야 세제 혜택 확대, 인프라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다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싣고 있다. 민주당 윤여준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을 엄중하게 심판하는 선거”라며 “지난 3년에 걸친 국정 실패와 부조리하고 비정상적인 각종 행태에 대한 철저한 심판과 쇄신의 각오 속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앞세운 金, 노동 소신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강조하며 각종 경제정책과 AI 부양책을 묶어 1호 공약을 제시했다. 김 후보는 “기업의 투자 확대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법인세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을 기술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며 청년 AI인재 20만명 양성, 민관합동 펀드 100조원 조성 등을 내세웠다.
김 후보가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 등 자신의 평소 노동 소신을 정책에 어떻게 반영하느냐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김 후보는 지난달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현재 자영업이 워낙 어려워서 자영업자들의 형편을 생각한다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첨단산업 육성, 사회적 약자 보호, 저출생·고령화 대책 등 대선 공약에 반영할 7대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내홍을 겪으며 당 차원의 정책 전략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정부 효율화 내건 다크호스
이번 대선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1호 공약으로 경제가 아닌 ‘정부개편’을 내세웠다. 현재 19개 부처를 13개로 통합해 부처 간 중복과 칸막이를 제거해 행정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여성가족부·통일부를 폐지하고, 교육과학부, 산업에너지부, 건설교통부 등의 신설을 내걸었다. 이 후보는 “쾌도난마의 자세로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슬림한 조직을 구성해 극강의 효율성을 발휘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는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으며 내세운 정부 효율화를 떠올리게 한다. 머스크식 공공부문 개혁이 한국 정치에도 접목되는 모양새다. 다만 머스크는 정치 활동에 대한 반감과 기업 실적 하락 등으로 인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사임했다. 이 후보도 조직 개편론에 대한 반발 여론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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