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맞은 국민의힘 갈등에 웃는 사람은 이준석?…높은 ‘비호감도’가 관건

보수진영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김문수 당 대선후보와 지도부간 갈등 수위는 돌이킬 수순을 넘었다는 평가다. 대선후보 등록일 마감일(11일)을 이틀 앞둔 9일에는 지도부와 대선후보가 면전에서 서로를 비판하는 광경까지 벌어졌다.

극적 봉합이 이뤄진다고 해도 제대로된 선거운동은 어려워졌다는 탄식이 당내에서 흘러나온다. 국민의힘 분열이 극심해지면서 반사이득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쥐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장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선 패배 시 이 후보로의 급격한 보수진영 내 권력 지형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일화를 압박하는 발언 뒤 퇴장하자 항의하며 의총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면전에서 얼굴 붉힌 金·지도부 “강제 단일화 못 응해” vs “金, 대단히 실망”

이날 오후 12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 후보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면전에서 직접 비판했다. 김 후보는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추진은 자신을 끌어내리고 한 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만들기 위한 반 민주적 시도라는 것이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는 현재까지도 저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 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과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당헌당규 위반이다.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한 후보가 단일화 성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놓고도 “저를 끌어내리고 선거에서 한 번도 검증을 하지 않은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려는 작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하고 국민이 납득하는 수준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 당 지도부가 하고 있는 강제단일화는 실은 저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후보 등록 전 단일화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 김 후보의 발언에 의총장 내 의원들은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고 “기가 막힌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어 마이크를 받은 권 비대위원장은 “김 후보가 의총장에 오신건 환영하지만 내용은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더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김 후보를 비판했다. 

김 후보는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곧바로 퇴장했다. 김 후보 퇴장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기다리고 얘기 좀 하고 가라”, “자기 혼자 떠들 거면 뭐 하러 왔느냐”는 등 항의가 쏟아졌다.

의총장에서 보여진 풍경은 양측간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양측은 오후에도 갈등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당초 권 위원장이 맡기로 했던 상임 선대위원장을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 임명한다는 공지를 내면서 지도부 불신 의사를 공개적으로 다시 표출했다. 홍 전 시장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당 지도부 측 이양수 사무총장은 오후에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김 후보의 주장을 조목 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김 후보측이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한 전당대회 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당 지도부는 김 후보와 한 후보 간 단일화 여론조사를 강행했고, 오후 8시 30분에 김 후보와 한 후보측 단일화 협상이 재개됐다. 

◆사실상 쪼개진 보수…이준석이 웃는다?  

보수진영의 분열이 극심한 형국에 놓이면서 이준석 후보가 반사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후보와 한 후보, 당 지도부 모두 이번 사태에서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평가 속 보수측 지지자들이 ‘제3 후보’에 투표를 할 동인이 생길 수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진영 내에서 ‘이꼴 저꼴 보기 싫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후보에게 표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남부지법의 가처분 기각 판결 후 개혁신당 김민규 선대본 대변인은 논평에서 “꼼수와 편법으로는 대통령 후보를 세울 수 없다. 국민도, 헌정 질서도 더 이상 그런 정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이제라도 후보 선출을 포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학식을 먹으며 대화하고 있다. 이준석 캠프 제공

보수진영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그 후에는 이 후보를 중심으로 진영재편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결국, 대선이 어떤 결과로 끝나더라도 이 후보에 주목하는 흐름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당 대표를 지냈던 김무성 상임고문은 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 이렇게 지리멸렬한 모습을 국민한테 보였을 때에는 선거 끝나고 난 뒤에 우리 당은 엄청난 책임을 져야 될 것”이라며 “세대교체 바람도 불 것이고 그럼 이준석의 시대가 오게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우선 윤석열 정권의 실패 여기에 대해서는 누군가 다 책임을 져야 되고 분열된 모습에 대해서도 누군가 책임져야 되지 않겠느냐”며 “책임지는 방법이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세대교체 바람이 불게 돼 있어 있다”고 말했다. 

아직 한 자릿대에 머물러 있는 이 후보의 지지율 변동 여부가 관건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8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이 후보는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5%의 지지율만 받았다. 43%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가 23%,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12%를 차지했다. 지지율 대비 높은 비호감도도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를 막는 요인으로 기능할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 이 후보는 ‘후보 호감도’ 질문에서 호감도 17%를 기록해 이재명 후보(43%), 한 후보(36%), 김 후보(28%)보다 낮았다. 반면 비호감도는 79%에 달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갈 곳잃은 보수 표심이 이 후보로 가려면 이 후보가 그만큼 매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높은 비호감도가 이를 막아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