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시 주문진 해안가에서 심한 탈수 상태로 2023년 3월 구조돼 1년 7개월의 회복기를 거쳐 서해바다로 방류했던 점박이물범 암수 두 마리가 바다에서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며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충남도에 따르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는 구조한 점박이물범 두 마리를 서산시와 태안군 사이에 있는 가로림만에 방류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는 방류 당시 두 마리 물범에 위성 추적장치를 부착하고 동선을 관찰했다.
두 점박이물범은 방류 후 가로림만을 떠나 각각 서로 다른 북쪽과 서쪽으로 향했다. 수컷 ‘봄이’는 방류 다음 날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인근을 거쳐 태안 먼바다까지 진출했다. 이어 백령도 인근을 지나 며칠 뒤 북방한계선(NLL) 북쪽에서 포착된 봄이는 같은해 11월 15일 평북 신의주 인근에 도착했다.
이후에는 남하를 시작해 백령도와 강화도, 경기도 앞바다, 가로림만 인근 등을 거쳐 한달 뒤인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에서 신호를 드러냈다. 다시 북쪽으로 머리를 돌린 봄이는 경기·인천 앞바다를 거쳐 신의주 인근에 서식하다 올해 3월 17일 위성 신호가 끊어졌다.
암컷 ‘양양이’는 방류 이틀 후 경기 제부도 인근까지 갔다 인천 덕적도와 가덕도 인근으로 내려왔으며 태안과 가덕도 중간 지점에서 신호가 두절됐다.
충남도는 신호가 끊긴 것은 두 점박이물범에 부착한 위성 추적 장치의 배터리 수명이 다했거나, 이동 또는 먹이활동 과정 중 손상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위성 추적 내용으로 볼 때 봄이와 양양이는 모두 건강하게 바다를 누볐던 것으로 보이고, 두 개체의 동선이 갈린 것은 서로 다른 무리를 선택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위성 추적 자료는 점박이물범 생태 연구의 중요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점박이물범이 회유성 동물인 데다, 북한 해역으로 떠난 봄이가 가로림만에 돌아왔다 다시 북쪽으로 향한 점 등으로 볼 때, 올 봄 봄이와 양양이가 가로림만에서 재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봄이는 2023년 3월 31일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 해안가 구조물 위에서 심한 탈수 상태로 발견돼 경포아쿠아리움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양양이는 지난해 3월 22일 강원도 양양군 물치항 인근 해안가에서 기력 저하로 표류하던 것을 구조, 서울대공원으로 옮겼다.
두 점박이물범은 지난해 4월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 고래생태체험관으로 연이어 옮겨져 활어 사냥 등 자연 적응 훈련을 받으며 합사됐으며, 자연 방류 적합 판정을 받아 최적 서식지로 평가받은 가로림만 품으로 들어가게 됐다.
점박이물범은 식육목 물범과에 속하는 포유류로, 천연기념물 제331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해양보호생물 등으로 지정돼 있다.
가로림만 점박이물범은 2021년 고래연구소 조사에서 최대 12개체까지 확인된 바 있다.
가로림만은 1만 5985㏊의 면적에 해안선 길이는 162㎞, 갯벌 면적은 8000㏊에 달하며, 해역에는 4개 유인도서와 48개 무인도서가 있다.
충남도는 세계 5대 갯벌인 서남해안 갯벌에 포함되며 국내 최초·최대 해양생물보호구역인 가로림만을 자연과 인간, 바다와 생명이 어우러진 명품 생태 공원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국가해양생태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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