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 월드컵 개최를 앞둔 모로코에서는 최근 끔찍한 소식이 들려온다. 길거리 미관을 이유로 떠돌이 개 수백만 마리를 마구 잡아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도 잔인하다. 가둬 놓고 굶겨 죽이거나 독극물이 든 음식을 강제로 먹이거나 피 흘리는 상태로 방치하는 등 극도로 고통스럽게 만든다. 이러한 장면은 어린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목격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등 행사가 열릴 때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됐다. 그 이유에는 개최기구의 ‘묵인’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개최국의 동물 대학살 행위에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 모로코는 개최지 선정 전에 ‘동물 권리 보호’ 서약까지 하였음에도 이를 어긴 것인데, 이에 대해 FIFA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학살을 방치하고 있다. 게다가 FIFA 규정은 여전히 개최국의 동물 생명 존중이나 인도적 처우 준수를 요구하지 않는다.

동물보호법령이 존재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행사 개최, 도시 미관 등을 이유로 한 동물 학살은 당연히 위법하다. 만일 동물들을 포획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하나뿐인 생명을 빼앗는 방법은 극단적이고 도를 넘는다. 더욱 인도적인 다른 방안들이 충분히 존재한다. 일례로 2016년 리우올림픽의 경우, 개최기구와 NGO·지역사회가 손잡고 보호시설을 확충, 떠돌이 동물들을 구조, 돌보면서 지속적으로 입양을 보냈다. 아울러 동물 보호자의 유기 방지, 책임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인간만의 편의를 추구하기보다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 공존하고 모든 생명이 존중될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추구해 갈 것인가’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지금 국제 동물보호단체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FIFA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세계 행사에서 동일한 학살이 반복되지 않도록, 인간 사회에서 진정 ‘생명존중’이라는 가치가 지켜질 수 있도록 FIFA는 명확하게 규정을 마련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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