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신고는 160건… 14년 만에 가장 많아
법정관리 신청 중소·중견 업체도 11곳
공사비 상승에 수익성 악화·미분양 적체
건설 수주 ‘마이너스’…고용 시장도 한파
“불황 장기화 전망… 위기 견딜 체력 중요”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업에 새로 진입하는 업체는 줄고, 폐업에 나서는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종합건설업으로 등록한 업체 수는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건설 시장이 반등할 모멘텀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으면서 업계의 위기감은 나날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6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키스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종합건설업 등록 공고(변경, 정정, 철회 포함)는 131건으로 집계됐다. 1분기 기준으로 키스콘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2004년 이후 최저치다.
건설경기 부진 속 문을 닫는 업체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1분기 종합건설업 폐업 신고(일부 폐업·업종 전환 포함)는 160건으로 2011년 1분기(164건)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9.4% 증가했다.
올해 들어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점도 건설업계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11곳(4월9일 기준·시공능력평가순위 300위 내 종합건설사 대상)에 달한다. 2023년 연간 수치(7곳)는 이미 뛰어넘었으며, 지난해 한 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 수(15곳)와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이다.

문제는 건설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공사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갈수록 늘어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 등 건설·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건설업 침체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육성훈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건설산업 산업점검’ 보고서에서 “매출 기반 축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및 공사원가 상승 영향으로 국내 건설사의 이익 창출력은 약화해 있으며, 미분양 누적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으로 현금흐름마저 악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육 연구원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유사한 추세가 지속하면서 향후 유동성 확보 능력에 따라 (건설사들의) 신용도가 차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업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경상)가 올해 1분기 감소세로 돌아선 점도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한층 힘을 싣는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건설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7.7% 줄어들며 지난해 1분기(-10.4%)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건설업계 한파는 고용 시장으로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분위기다. 3월 건설업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만5000명(-8.7%) 줄며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감소 폭은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컸다.
건설업계 부진 장기화에 결국 건설사들이 실적보다 위기를 견뎌낼 체력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암울한 분석마저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대체투자분석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결국 ‘이 위기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며 “건설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현시점에서 기초 재무 체력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기업의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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