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복귀 및 계엄령 정신 계승”
“국민의힘 참패·보수 분열” 전망도
“계엄령은 정당했다”
“부정선거 밝혀내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약 한 달을 맞은 지난 3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가 열렸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궂은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색색의 우비를 입거나 모자를 쓴 채 속속 모여들었다. 주최 측의 “사전투표 폐지, 윤어게인” 구호가 확성기를 타고 울려 퍼지자 참가자들도 “윤어게인”, “탄핵 무효” 등을 따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지난달 4일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결정으로 파면된 이후 극우 성향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윤어게인’ 집회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내란 혐의로 수감 중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YOON AGAIN!(윤어게인), 다시 윤석열!”이라는 옥중서신을 공개하면서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의 헌재 불복 정서에 불을 지폈다.
이들은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의 ‘복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재출마해 헌재의 파면 선고로 대통령직을 상실한 것을 만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6일 서초구 교대역 인근 집회에 참여한 허용씨는 “부정선거와 관련된 사실만 밝혀진다고 하면 대통령 탄핵은 원천 무효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자동 복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 거주하는 김영일씨도 “모든 게 다 부정되면 다시 정상화하고 (대통령으로)복귀를 하셔야 된다”고 강조했다.
자유통일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반드시 2년 안에 자유 통일이 이뤄진다”며 “그땐 윤 전 대통령을 모시고 자유 통일 대통령으로 다시 한 번 복귀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재출마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파면 처분을 받은 공무원은 5년간 공직에 임용될 수 없다. 헌법도 대통령 중임을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인 만큼,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사면을 받지 않고서는 사회 복귀 자체가 어려워진다.

다만, 지지자들은 단순히 윤 전 대통령의 물리적 재출마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가고, 이를 계승할 수 있는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뜻까지 내포하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집회에 나온 정수아씨는 “윤 대통령이 복귀하시는 게 당연히 첫 번째 목표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대통령이 계엄을 하신 뜻을 받들고 계승하고자 하는 다음 대통령이 나오면 좋겠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어게인 목소리가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어렵게 만들어 보수 진영의 분열을 초래하고 외연 확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가 다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강경 극우층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윤어게인에 얽매이면 보수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중도층 확장에 실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의 목소리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구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당 내부에서도 노선 정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국면 때부터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던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윤 정부 2인자였던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의 단일화를 두고 ‘윤석열 그림자’를 벗기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양향자 전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김 후보의 이른바 ‘김덕수(김문수+한덕수)’ 전략에 대해 “국민들께는 ‘윤어게인’으로 보이지 새로운 보수의 길을 걷겠다는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윤어게인이 향후 대선 판세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의 구심력이 강화될수록 국민의힘이 분당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5일 BBS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탄핵의 강, 계엄의 강 그리고 윤석열의 그늘로부터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며 “이번 대선은 국민의힘 후보의 참패로 끝날 것이며, 선거를 계기로 보수는 결정적으로 분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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