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기록’ 정보공개청구 빗발
민주당 등 정치권서 문제 삼아
일부 법학자·판사도 비판 가세
법조계, “상고심선 다 안 읽어”
상고제도 과부화 문제 지적도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일을 두고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사건 기록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민주당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례적으로 짧았던 상고심 심리기간에 6만여쪽의 기록을 검토하고 숙지하지 못 했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법조계에선 상고심 특성상 문제가 없다는 반박 의견이 주를 이룬다.

5일 법원 사법정보공개포털을 보면 대법원의 이 후보 선거법 사건 전자기록 열람 관련 로그 기록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정보공개청구가 빗발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조 대법원장을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불씨를 당긴 건 정치권이다. 민주당 김민석 상임공동선대위원장 겸 수석최고위원은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법관들이 챗GPT보다 탁월한 속독력으로 (이 후보 사건) 6만페이지의 기록을 독파했다는 것인데, 국민은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을 것”이라며 공개 답변을 요구했다.
법학자와 일부 판사들도 가세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법원이) 소송기록을 숙독할 시간도 없었고, 견해 차이를 치열하게 내부토론할 여유도 없이 그냥 몇 대 몇으로 밀어붙였다”며 “납득불가”라고 꼬집었다.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는 전국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6만쪽 정도는 한나절이면 통독해 즉시 결론 내릴 수 있고, 피고인의 마음속 구석구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관심법”이라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선고 절차는 이례적이고 무리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상고이유를 제한하는 규정과 사후심이자 법률심인 상고심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대법관들이 모든 기록을 전부 읽고 재판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의 상고심은 ‘사형·무기·10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이 아닐 경우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규칙 위반’이 있는지에 관해서만 심리한다. 또, 사건 쟁점이 여럿이라고 해도 상고이유서에 제출된 범위 내에서만 심리할 수 있다. 이 후보 사건에서도 이런 원칙이 지켜졌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판사 출신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의) 이례적 신속은 매우 부적절하지만 위법은 아니다”라며 “매년 수만 건의 상고사건에서 1, 2, 3심 소송기록을 다 읽는 대법관이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왜 이 후보 사건만 모든 대법관이 전체 소송기록을 다 읽어야 적법한 판결인가”라고 되물었다. 차 교수는 상고제도의 과부화를 다룬 박시환 전 대법관의 논문을 언급하며 “‘몇 만쪽 소송기록을 못 읽었으니 위법 무효한 대법원 판결’이라는 부정확한 선동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판사 출신이자 법무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한 방송에 출연해 “재판관은 일주일이면 수만페이지를 다 읽을 수 있다”며 “나도 판사 할 때 수만페이지가 아니라 수십만페이지짜리 기록도 봤다”고 한 발언도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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