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새 교황의 선출 과정인 콘클라베가 7일부터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린다.
전 세계 14억명이 넘는 가톨릭의 수장을 선출하는 이번 콘클라베는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또는 아프리카 출신 교황 탄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 기간에 투표용지를 태울 난로가 시스티나 성당에 설치됐다.

콘클라베는 교황 선출 선거권을 가진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이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 선거다.
과거에는 공개적으로 교황을 선출했지만, 1274년부터 선출 공간의 문을 걸어 잠그고 교황이 선출될 때 까지 외부의 개입 없이 비밀스럽게 선출한다. 콘클라베라는 용어 자체가 ‘밖에서 문을 잠근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콘클라베가 이같은 비밀 선거로 바뀐 것은 과거 교황의 권력이 막강했을 때 이권을 노리고 가톨릭 내부 파벌과 각국 왕들의 개입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또한 콘클라베는 선거 지연을 막기 위해 추기경들을 한 장소에 모아 밖에서 문을 잠그고, 선출될 때 까지 하루 두 번씩 투표를 하게 한다. 선출이 지연되면 식사와 물의 배급량을 줄일 수 있다.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후 15∼20일 사이에 콘클라베가 열리도록 규정됐으며, 콘클라베에 참석한 추기경 전체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차기 교황으로 선출된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추기경들은 투표용지를 난로에 태워 흰 연기를 밖으로 보내면서 이 사실을 알린다.
세간에 알려진 ‘추기경만 교황이 될 수 있다’는 말과 달리 가톨릭 사제라면 누구나 선출에 의해 교황이 될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교황이 가톨릭 내외로 인지도가 큰 추기경 중에서 선출되기 때문에 ‘추기경=교황 후보’라는 공식이 통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추기경의 50% 이상이 유럽 출신으로, 대부분의 교황이 유럽 출신이었다. 역대 266명의 교황 중 210명이 이탈리아 출신이었다. 당장 프란치스코 이전의 교황인 베네틱토 16세는 독일 출신이었고, 그 전인 요한 바오로 2세는 폴란드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면서 추기경의 출신이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출신 등 비서구권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현지 추기경 중 비서구권이 전체의 50%를 넘어간다. 프란치스코 교황부터 남미 국가인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역사적으로 아프리카 출신의 교황이 3명, 중동 출신이 1명 있었지만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출신 교황은 없었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이후 아시아 출신의 추기경 비중이 커지면서 가능성은 낮지만 아시아 출신의 교황이 선출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필리핀은 전체 인구의 80% 이상인 9000만명이 가톨릭 신자다. 한국의 가톨릭 신자 수는 약 600만명 수준이다.
최근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전쟁과 주요 국가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차기 교황의 메시지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이번 콘클라베에선 전쟁뿐만 아니라 빈민 문제, 성소수자 문제, 난민 문제 등 새로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입장이 중요한 선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진보적인 성향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책을 반대하는 가톨릭 내 보수파가 결집하는 모양새다.
미국 정치매채 폴리티코는 1일 “강경 보수 가톨릭 신도들은 다음 교황이 자신들의 세계관에 더 부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보수주의자들은 동성결혼과 이혼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장, 이민자 옹호, 그리고 중국의 가톨릭 주교 임명에 발언권을 갖게 한 협정에 분노했다”고 전했다.
또 보수파로 분류되는 조셉 젠 추기경(홍콩)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교황 자문 회의체인 ‘시노드(Synod)’에 성직자뿐 아니라 평신도를 참여시켰던 것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93세인 젠 추기경은 콘클라베 참석자는 아니다.

게다가 자신이 교황이 되고 싶다는 농담을 던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교황의 옷을 입은 합성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교황에 대한 선호도 질문을 받자 “내가 교황이 되고 싶다. 그게 내 넘버원 선택이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그는 선호하는 추기경이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뉴욕이라는 곳에 매우 훌륭한 추기경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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